옵~빠~. 아들 녀석이 다급히 외쳤다. 아내가 평소 불렀듯. 조금 있자니 처제가 똑같이 찾았다. 소녀 때부터 봐온 '언니의 남자'를 형부라 하기 쑥스러웠겠지. 돌잔치 손님들이 짐짓 '콩가루 집안'이라 지분댔다. 농(弄)인 줄 알면서도 무안해진 자매, 그날로 호칭을 바꿨다. 4남매 막내의 오빠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세월깨나 흘러 익숙해진 '당신(當身)'을 새삼 뜯어본다. 부부간에 흔히 주고받는 말이건만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1970년대 한글학회 사전이 '①웃어른을 높이는 삼인칭 ②상대방을 일컫는 말'로만 풀이한 걸 보면. 그 뒤로 당신은 쓰임새가 갈수록 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덧붙였다. 인터넷판에는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말'을 추가했다. '다정한 사이(특히 남녀)에서 서로를 지칭하는 말'을 올린 사전도 당연히 있다.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내 마음은 당신 곁으로,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대중가요에 숱하게 나오는 이 용법을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판이 왜 따로 다루지 않는지 의아스럽다.
점점 쓸모없어지기로는 '자기를 높여 이르는 말'이 으뜸인 듯싶다. '어머니는 빨래를 늘 당신 손으로 하셨다' 식으로. 처음 들으며 이 '당신'으로 착각한 노래가 있다.
'불이 꺼진 부엌에서 나는 봤어요 혼자 울고 계신 당신을….'(왁스 '엄마의 일기') 이 노래의 '당신'은 '엄마 자신'을 가리킨 게 아니라 자식이 엄마를 부른 말. 상대방을 일컫는 2인칭으로, 웃어른 높이는 용법에서 벗어났다. 아버지도 그렇다. '아주 가 끔은 그리워요 크게만 보였던 당신이….'(SG워너비 '아버지 구두') 여기서도 아버지를 2인칭으로 불렀을 뿐, '아버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모처럼 부모님 그린 노랫말을 흉보려는 게 아니다. 시절 따라 말도 바뀜을 어찌 타박하리. 그 주인공이 머릿속에서 마냥 희미해질까, 노래처럼 '(구두 굽 닳듯) 추억도 닳을까' 저어할 뿐. 당신은 누구시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