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글로벌 아이] “나는 숨 쉴 수 없다

bindol 2020. 6. 12. 06:11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특파원 6개월차.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다. 중국 포털사이트 톱 기사는 항상 시진핑 주석이다. 언론사 홈페이지도 마찬가지. 어디를 봐도 시 주석 사진부터 마주친다. 11일은 닝샤(寧夏) 회족 자치구 방문 당시 녹색 성장·개방경제·빈곤 완화 등 ‘3개 부동론’을 강조했다는 게 톱뉴스였다. 지난 9일 발언이다.

천안문 사태 31주년이던 4일 중국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하오하이둥(郝海東)이 ‘공산당 타도’ 선언을 해 중국을 놀라게 했다. “공산당은 망해야 할 테러조직이다” “중국이 세계에 코로나를 퍼뜨렸다”는 폭탄 발언이었다. 더 놀라웠던 건 이후 전개 과정이다. 스포츠 분야 1위 매체인 중국 체단주보(體壇周報)가 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국가를 전복하는 행위”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그런데 이 일이 오히려 중국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웨이보 검색어 상위에 하오하이둥의 이름이 올랐고 댓글이 확산됐다. 체단주보는 이름을 ‘H’로 고쳐 성명을 다시 냈는데 몇 시간 뒤 그 성명조차 삭제했다. 800만 팔로워를 가진 그의 웨이보 계정도 지워졌고 시민들이 올린 글은 거짓말처럼 전부 사라졌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이틀 뒤 하오하이둥의 아들은 세르비아 축구 클럽과의 계약이 해지됐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느닷없이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 순위의 공개를 1주일간 중단시켰다.

 

 

 

글로벌 아이 6/12

 

중국 밖에선 또다른 일이 벌어진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위터에서 중국 대사들의 발언과 국영 매체 뉴스를 리트윗한 계정 4600개를 추적했다. 7개 중 1개는 자신의 트윗은 남기지 않고 중국 공식 계정과 게시물로 채워져 있었다. 9시간 49분, 19시간 34분 등 일정 시간 뒤 반복적으로 리트윗돼 소프트웨어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최근 3개월 내 개설된 이 계정들의 팔로워는 0명이었다. 지난해 8월 트위터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비난한 20만개 이상의 계정을 정지했다. 중국 정부와 연계됐다고 의심되는 계정들은 936개, 20만개의 자동화된 가짜 계정이 핵심 계정의 메시지를 퍼트리는 역할을 했다는 게 트위터의 설명이다. 전쟁은 현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국은 온라인에서 내러티브를 지배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 흑인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연계해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라고 트윗을 올려 화제가 됐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의 위선을 비꼬았다. 경우는 다르지만 일련의 중국 상황을 보면서 드는 느낌, 별반 다르지 않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출처: 중앙일보] [글로벌 아이] “나는 숨 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