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진실의 순간’이 온 거죠. 천 기자가 보기에도 학생도, 부모도 뭔가 달라진 것 같지 않나요? 학교나 대학, 교사나 교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차가워졌잖아요.”
며칠 전 코로나19가 교육계에 미친 영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교육학자 A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A교수가 언급한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란 말은 마케팅 쪽 용어다. 요컨대 종업원의 응대나 제품 광고를 접하는 짧은 순간에 형성된 소비자의 인상이 제품, 기업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진실의 순간이 왔다고 A교수는 봤다. 분야마다 양상이 다르다. 의료계의 경우 현장 의료진의 모습에 감명받은 국민이 그들을 ‘방역 영웅’으로 인식했다. 교육계는 반대라는 게 그의 걱정이었다. 준비 안 된 온라인 수업 등 난맥상에 화가 난 교육 소비자(학생·부모)가 학교·대학 등 교육기관, 교사·교수 등 교육자 집단을 ‘무능하고, 무성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노트북을 열며 6/15
한 달 전 쯤 통화한 교사 B씨도 비슷한 하소연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고교 동창이 전화하더니 대뜸 ‘학원 강사도 하는 실시간 수업을 학교 교사는 왜 못하냐’ ‘방학에 놀면서 월급 받는 교사가 왜 개학 후 여태 전화 한 통 없느냐’고 따지듯 묻더군요. 친구조차 그리 말하니 기가 막혀서…”
물론 이런 과도한 비판·조롱은 초유의 ‘코로나 개학’에도 최선을 다한 교사·교수에겐 온당치 못하다. 학교도, 대학도 100% 온라인 수업을 감당할 인프라·노하우가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교육 당국의 우유부단함 탓에 최소한의 준비 기간도 확보되지 못했다. 사실 이전에도 학교·대학은 강의에 전념할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교사는 행정 잡무에 시달려 본업(수업)에 매진하기 어려웠고, 교수는 강의보다 승진·임용에 직결된 ‘논문 경쟁’에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감염병 재난에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된 학생·부모는 이런 설명을 귀담아들을 여유가 없는 듯하다. 오히려 교육 혁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조차 “10년씩 걸리는 대학 과정의 학문이 쓸모 있냐”(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진실의 순간은 길지 않다. 교사·교수들이 학생·부모의 부정적 인식을 뒤바꿀 시간적 여유가 별로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프라 확충, 여건 개선만을 기다리다간 늦을 지 모른다. 학생과 부모들이 당장 기대하는 건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교육 질을 지켜내는 ‘가르치는 자’의 지혜와 열정, 땀방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진실의 순간이 교육 소비자의 인식을 바뀌는 ‘반전의 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