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나라가 멸망한 기원전 206년,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유방(劉邦)을 파촉(巴蜀)의 한중왕(漢中王)에 봉했다. 열세였던 유방은 항우의 거점인 관중(關中)으로 진군할 의도가 없음을 보여야 했다. 친링(秦嶺)산맥의 바오허(褒河) 강가의 깎아지른 절벽에 놓인 목조다리 ‘잔도(棧道)’를 불태우며 한중으로 들어갔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던 유방에게 한신(韓信)은 동쪽으로 진격할 계책을 내놨다. 먼저 번쾌(樊?)에게 군사 1만을 주고 잔도를 3개월 안에 보수하라고 명령했다. 이른바 “낮에 잔도를 수리하다”라는 명수잔도(明修棧道)다. 유방의 움직임을 포착한 항우의 부하 옹왕(雍王) 장한(章邯)이 현장을 살폈다. 1만의 군사로는 3년이 걸려도 복원이 불가능해 보였다. 장한은 마음을 놓았다. 한신의 노림수였다. 병사를 이끌고 친링산맥을 우회해 전략적 요충지인 진창(陳倉)을 기습해 점령했다. 중국 병법의 교과서 격인 ‘36계’의 여덟 번째 계책인 “밤에 진창을 건너다”라는 암도진창(暗渡陳倉)의 고사다. 보통 ‘명수잔도’와 함께 쓰인다. 36계 원문은 ‘암도진창’을 “움직임을 적에게 보여줄 때에도 조용히 하면서 주체적인 것이 있어야 이롭다.(示之以動 利其靜而有主) 이익은 움직임에 겸손해야 한다.(益動而巽·익동이손)”고 풀이했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무기 수출의 길을 열었다. 지난 1일 ‘방위장 비이전 3원칙’을 의결하면서 ‘적극적 평화론’을 내세웠다.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들의 반대 시위도 시작됐다. 중국은 일본의 논리를 ‘암도진창’이라 논평했다. 갑오년 봄 동북아 군사 지도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형세다. 미·중, 중·일, 남?북 대치가 매한가지다. 1999년 5월 유고슬라비아의 중국 대사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에 오폭 당했다.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암살자의 철퇴(Assassin’s mace)를 뜻하는 ‘살수간(殺手?) 프로젝트’를 명령했다. 비대칭 전략미사일 개발을 우려한 미국이 파악에 나섰지만 실체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한국의 이웃은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일본과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중국과 북한이다. 군사적 억지력이 없던 나라의 망국 스토리는 역사의 흔한 레퍼토리다. 한국도 ‘살수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오는 걸까.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暗渡陳倉[암도진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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