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2] 진중권의 간신론

bindol 2020. 7. 31. 09:37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가"라며 동양대 교수직을 내던진 진중권씨가 친문(親文) 핵심들을 향해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통 좌파 지식인'을 자임해온 그의 입에서 '충신·간신의 구별' 문제가 나왔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공익과 청렴을 우선시하면 충신, 사익과 탐욕을 우선시하면 간신으로 본다. 당나라 대종(代宗) 때 재상까지 지낸 원재(元載)는 대종의 뜻을 받들어 원래 자신을 대종에게 천거했던 또 다른 간신 이보국(李輔國)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다. 또 환관 어조은(魚朝恩)을 죽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뇌물로 대종의 주변 사람들을 구워삶고 사치를 일삼다가 대종의 경고를 받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다가 결국 대종으로부터 자진(自盡)하라는 명을 받고 삶을 마감해야 했다. 그가 죽고 그의 재산을 몰수할 때 그의 집에서는 당시 너무도 귀한 향신료였던 후추가 800석 나왔다고 한다. 오늘날로 치면 64t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이다. 반면에 촉나라 충신 제갈량(諸葛亮)은 죽음을 앞두고 남긴 글에서 "신의 집이 있는 성도(成都)에는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땅 15경이 있어 식솔들이 먹고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리사욕에 대한 태도만으로도 얼마든지 충신과 간신을 가릴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기관은 두말할 것 없이 민정수석실이다. 진 전 교수의 칼날은 특히 민정수석실을 겨냥했다.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 기능을 망가뜨려 버렸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공적으로 행사하라고 준 권력을 도용 해 사익을 채운 것이다."

이어서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충간(忠諫)으로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했지요. 그 말대로 대통령은 주변 사람 중에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

공자는 "사람이 자신과 결이 다르다고 해서 그의 좋은 말까지 버리지 말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31/20191231028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