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많이 살고 외국 대사관이 밀집한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에서는 언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1㎢의 면적에 평균 277명의 '감시자'들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은밀한 시선으로 낯선 이를 지켜보다 경찰에 통보하는 일이 업무다.
이들의 별칭은 '차오양 군중(群衆)'이다. 정부로부터 수고비를 받기도 한다. 마약을 복용하거나 매음을 한 연예인 검거에 공을 세워 유명해졌다.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 적극 호응하는 밀고자(密告者)들이다.
버전도 새로워졌다. 지난해에는 정식으로 앱을 만들어 13만명의 '밀고자'를 모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CIA, 영국 MI6, 이스라엘 모사드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정보기구'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최고 지도부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가 있는 시청(西城)구의 아줌마들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별명은 '시청 다마(大媽)'다.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팔에 완장을 차고 거리를 오간다.
역시 낯설고 수상한 사람을 지켜보다 고발하는 일에 앞장선다. 최근 통계로는 종사자가 대략 10만 명. 공산당과 정부에 저항하는 외부 사람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때 어김없이 따라붙어 암약한다.
밀고의 전통은 중국에 면면하다. 큰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도 필요 없다는 '대의멸친(大義滅親)'은 사실 그 밀고를 부추긴 왕조의 구호다. 명(明) 때에 설치했던 동창(東廠)과 서창(西廠)이라는 정탐 및 사찰 기관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공산당은 요즘 '펑차오 경험(楓橋經驗)'을 새삼 장려한다. 1950년대 말 수많은 아사자를 낳았던 '대약진(大躍進) 운동' 때 저장성 펑차오 주민들이 자체적인 감시와 밀고로 당시의 불안을 잠재웠던 일이다.
일당전제(一黨專制)를 강조하는 공산당과 민간이 잘 어우러지는 모양새다. 안정과 번영을 가장 우선시하는 중국 사회의 집단적 심리가 근간이다. 민주와 자유라는 가치체계가 먹히지 않는 이유다. '담에는 틈, 벽에는 귀가 있다(墻有縫, 壁有耳)'는 속언이 긴 여운을 남기는 중국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2/20181122031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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