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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경솔함을 눌러 채비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도록 이끈 주승(朱升)이다. 주원장이 주변의 군벌들과 거친 전쟁을 치르며 왕조 창업을 위해 다가가던 무렵이었다. 초야에 숨어 있던 주승을 찾아간 주원장은 먼저 천하 통일을 위한 방책을 물었다. 주승은 짤막한 권유를 건넨다. "성을 높이 쌓고, 식량을 널리 모으며, 왕을 서둘러 칭하지 말라(高築墻, 廣積糧, 緩稱王)." 왕조 건업에 혈안이었으나 영리했던 주원장은 재빨리 이 말의 요체를 알아들었다. 그에 따라 자신의 근기(根基)를 튼튼히 다지고, 전쟁 수행을 위한 경제력 확보에 나서면서 창업 시점을 앞당기고자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명 왕조의 건국자로 우뚝 선다. 현대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도 이를 패러디했다. 옛 소련과의 대립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1972년이었다. 그는 이런 지시를 내린다. "방공호를 깊이 파고, 식량을 잘 모으며, 패권을 추구하지 말라(深挖洞, 廣積糧, 不稱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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