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옛 왕조의 바깥을 두르는 크고 긴 담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었을 테다. 그 담을 넘어 다시 중국 수도에 들어서려면 베이징성(城)의 견고한 벽을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또 중국의 권력 중심에 진입하려면 자금성(紫禁城)의 높은 담과 마주친다. 개인 집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 집채가 모두 안쪽 뜰을 향해 있는 대표적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 역시 완연한 성채의 모습이다. 그 문에 들어서면 안팎을 가르는 조그만 벽이 또 발길을 가로막는다. 소장(蕭墻)이라고도 적고, 또 조벽(照壁)으로도 부르는 '담 안의 담'이다. 그래서 중국과 제대로 교류하려면 국가의 울타리, 왕궁의 벽, 개인의 담을 다 넘어서야 우선 가능하다. 또 중국인의 울타리 안에 확실하게 몸을 들이려면 '소장'이나 '조벽'과 같은 크고 작은 무수한 담 행렬을 넘어야 한다. ![]()
담은 나와 남을 가르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가리는 장치다. 그래서 전통의 중국은 어딘가 감춰져서 짙은 그늘에 가려 있는 모습을 종종 연출한다. 은밀(隱密)함의 속성이 돋보이고 폐쇄(閉鎖)적이며 배타(排他)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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