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영웅 제갈량(諸葛亮)은 지금의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에 해당하는 오장원(五丈原)에서 생을 마감한다. 서기 181년, 그의 나이 53세였다. 그는 임종 직전 8세였던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계자서(誡子書)』로 전해지는 그의 유언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제갈량 본인의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그대로 옮겨보자.
“무릇 군자의 행동은 고요함으로써 스스로를 수양하고, 근검으로써 덕을 키워야 한다(靜以修身, 儉以養德). 담백하지 않으면 큰 뜻을 밝힐 수 없고, 평온하지 않으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非淡泊無以明志, 非寧?無以致遠). 무릇 배우고자 하려면 반드시 평온해야 한다. 재능을 갖추고자 하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재능을 넓힐 수 없다. 그러기에 뜻이 바로 서지 않으면 배움을 이루기 어려운 것이다(非志無以成學). 음란하고 태만하면 정진할 수 없고, 위험하고 조급하면 품성을 다스리기 어렵다(淫慢?不能勵精, ?躁?不能冶性).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의지는 날이 갈수록 쇠해져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年與時馳, 意與日去, 遂成枯落). 늙으면 세상사 따라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多不接世). 그제야 곤궁한 집에 들어앉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悲守窮廬, 將復何及)!”
제갈량은 아들에게 “잡생각 하지 말고 학문에 정진해 큰 뜻을 이루라”고 충고한 것이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의 ‘담박영정(淡泊寧靜)’이 여기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칭화(淸華) 연설 중 한 구절이다.
이 밖에도 ‘권학문(勸學文)’은 많다. 주자(朱子)는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少年易老學難成) 촌음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一寸光陰不可輕)”고 했고, 송(宋) 태종의 셋째 아들이었던 조환(趙恒)은 ‘집에 돈이 있다고 땅을 사지 마라, 책 속에 온갖 곡식이 다 들어있다(富家不用買良田, 書中自有千鍾粟)’로 시작하는 권학문을 지었다.
올 대학 입시철이 시작됐다. 청소년들의 배움이 대학 입시에 맞춰진 게 현실이다. 큰 배움의 길을 강조한 제갈량의 유언은 우리 교육 현실과 어울릴 수 없는 것인가.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淡泊寧靜 [담박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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