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이다. 이날 만큼은 ‘방탄 국회’도 잊고, 특별법 논란도 밀쳐내자. 둥근 달을 보며 더 밝은 내일을 소망하자. 시선(詩仙) 이백(李白)이 지은 보름 달 시(詩) 두 편을 소개한다. 우선 ‘고요한 밤의 생각’이라는 ‘정야사(靜夜思)’라는 시다.
床前明月光(상전명월광)
침대 머리 맡으로 흘러든 밝은 달 빛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땅에 서리가 내렸나 했네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고개를 들어 산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땅에 비친 달 빛이 흡사 서리가 내린 듯 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는다. 가족 모두 모이는 명절이건만, 밝은 달을 보고 고향을 그려야 하는 나그네의 고독이 물씬 풍겨난다. ‘달 아래에서 홀로 술을 마신다’는 제목의 ‘월하독작(月下獨酌)’도 음미해 볼만하다.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술 한 병을 끼고 꽃 밭에 앉아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홀로 술 마시자니 같이 할 벗이 없구나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달을 맞이하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나와 그림자, 그리고 달이 서로 어울리누나
…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이리저리 배회하고
我舞影零亂(아무영령난)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러이 출렁인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즐거이 어울리었건만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하면 서로 흩어지겠지
永結無情游(영결무정유)
우리 슬픔없는 영원한 사랑으로 노닐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서로 먼 하늘에서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세
고독하지만, 그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시인의 심적 방랑이 그대로 표현됐다. 바쁘고 어지러운 세상, 이번 명절 만큼은 상큼한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아보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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