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莊周·장자의 본명)는 집이 가난했다. 먹거리를 빌리고자 위(魏)나라 문후(文侯)를 찾았다. 위 문후는 “좋소. 봉토에서 수확이 들어온 뒤 300금을 빌려주면 괜찮겠소”라고 말했다. 화가 난 장주는 낯빛이 변하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어제 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물기가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車轍) 안에 붕어(鮒魚)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붕어로구나. 그대는 어찌 이런 처지가 되었소”라고 물었다. 붕어는 “나는 동해 물결에서 튕겨 나온 용왕의 신하다. 그대는 한 됫박의 물이라도 있다면 나를 살려 주오”라고 부탁했다. 이에 나는 “좋소. 내가 남쪽 오(吳)나라·월(越)나라 왕에게 가던 참이니 서강(西江)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그 물줄기로 그대를 맞으면 괜찮겠소”라고 말했다.
화가 난 붕어가 낯빛이 변하며 말했다. “나는 늘 함께하던 물을 잃어 거처가 없는 처지요. 지금 한 됫박의 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소. 자네가 이렇게 말하니 차라리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판대에서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이오.”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 나오는 우화다. 한자 마를 학(涸)을 붙여 물기 마른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와 같이 위급한 상황을 일컫는 성어 학철부어(涸轍鮒魚)가 여기서 나왔다. 같은 책 대종사(大宗師)에는 “샘이 마르니 물고기가 서로 습기를 뿜어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니,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느니만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라고 했다. 인정이 부족해도 강호의 풍요가 낫다는 뜻이다.
경제가 위기다. 두 우화는 경제 정책의 양 날개인 성장과 분배의 관계를 상징한다. 한 됫박의 물이 급해도 봉토의 수확과 남쪽의 강물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창업투자사의 투자 형태를 ‘찾을 조(找)’가 아닌 ‘삶을 자(煮)’로 표현한다는 소식이다. 가능성 있는 기업에 자본·기술·설비·전략·경영까지 창투사가 지원해 첨단 기업을 ‘삶아 만든다’는 뜻이다. ‘학철부어’가 서강의 물을 맞이한 형세다. 위기는 추월의 기회다. 한국 경제계도 분발이 필요하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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