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이 가운데(中) 있으면 둘째 아들을 뜻하는 버금 중(仲)이 된다. 공자(孔子)의 자(字) 중니(仲尼)는 부친 숙량흘(叔梁紇)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붙은 이름이다.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死諸葛走生仲達)”는 고사의 주인공 위(魏)나라 사마의(司馬懿) 역시 둘째였기에 이름이 중달(仲達)이 됐다.
일년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로 나뉘고, 각 계절은 다시 맹(孟)?중(仲)?계(季)로 나눈다. 음력 정월이 맹춘(孟春)이고 2월이 중춘(仲春), 섣달은 계동(季冬)인 식이다.
중(仲)에는 ‘흥정?소개?조정을 위해 제3자 자격으로 당사자들 사이에 끼어들다’라는 의미도 있다. 중개(仲介)를 뜻한다. 중개는 무역과 금융에서 대리행위를 의미하는 상업용어 ‘intermediation’이 일본에서 번역된 한자어다. 중국과 우리 선조들은 중매쟁이를 뜻하는 매(媒)를 썼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李瀷)은 숨겨진 것을 헤아려 아는 슬기를 경계한 ‘지료은닉(智料隱匿)’이란 글을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남겼다. 여기에 중개의 의미로 쓰인 매(媒)의 용례가 보인다.
“주(周)나라 속담에 이르길 ‘연못 속의 고기를 살피는 자는 상서롭지 못하고, 숨겨진 것을 헤아리는 슬기를 지닌 자는 재앙을 당한다(察見淵魚者不祥 智料隱匿者有殃)’고 했다. 대개 하늘과 땅은 지극히 크고 넓으므로 사악한 기운과 괴이한 생물이 사이에 존재하지만 천지는 모두 기르기만 할 뿐 막지 않는다. 사람도 이와 같아 모두 착할 수 없다. 때로 흉악하고 불량한 자가 나오면 성인이라도 교화시켜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없다. 이런 자에게는 위엄을 보여 죄를 적게 저지르도록 하면 충분하다. 겉만 고치고 속은 그대로임을 일컫는 혁면(革面)이 이것이다. 만일 끝까지 추궁해 용서치 않는다면 난(亂)을 일으키는 중개[媒]가 된다.”
내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월드콩그레스(移動世界大會)가 열린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모바일이 파괴하는 ‘중개소멸(仲介消滅?disintermediation)’이 핵심 논의 주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지료은닉’은 재앙이 아닌 필수 소양이 되고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국제부문 기자 xiao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仲介<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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