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用 漢字

[漢字, 세상을 말하다] 如膠似漆[여교사칠]

bindol 2018. 7. 2. 09:10

제국(帝國)은 제후국(諸侯國)으로 이뤄진다. 유방(劉邦)이 세운 한(漢)도 마찬가지였다. 양효왕(梁孝王) 유무(劉武)도 제후였다. 유무는 유방의 넷째 아들인 문제(文帝)의 차남이다. 유무의 친형 경제(景帝)가 즉위한 뒤 오초(吳楚) 7국의 난이 터졌다. 유무는 반란 진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개국 황제의 3세대로 현대 중국의 ‘훙싼다이(紅三代·혁명 원로의 3세대)’ 격이던 유무는 천자의 깃발을 상으로 받았다.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천하의 재주꾼들이 유무의 휘하에 몰렸다. 제(齊)나라 출신 추양(鄒陽)도 그런 부류였다. 천하에 필명을 날리던 이였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형국이 됐다. 그를 시기한 무리들의 모함이 빗발쳤다. 추양은 감옥에 갇혔다. 그는 명문 ‘옥중상양왕서(獄中上梁王書)’로 무고(誣告)를 벗었다.

“마음이 통하고 행동이 일치하며, 친함이 아교와 옻과 같은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으니, 많은 이가 무고한들 어찌 미혹되겠습니까(感於心, 合於行, 親於膠漆, 昆弟不能離, 豈惑於衆口哉)?”

주군의 용인술을 언급한 대목이다. 여기서 접착제와 페인트처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뜻하는 성어 여교사칠(如膠似漆)이 나왔다. 사마천(司馬遷)은 추양이 겸손을 모르는 인물이라 평했지만 글재주를 높이 사 『사기』열전에 실었다.

‘평서왕(平西王)’으로 불리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가 법정에서 부인과 심복의 ‘여교사칠’ ‘암연(暗戀·몰래한 사랑)’을 폭로하며 반전을 꾀했다. 중국에서 공안과 사법(司法)을 총괄하는 정법위원회 서기 자리를 노리던 보시라이다. 심복 왕리쥔(王立軍)의 배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사법을 활용해 포퓰리즘을 부추긴 뒤 결정적 시기에 반역을 꿈꿨다는 소설 같은 설(說)도 나온 지 오래다. 보시라이는 자신이 농락(籠絡)한 법의 심판대에 섰다.

“법은 귀족을 봐주지 않는다. 먹줄이 굽지 않는 것과 같다. 법이 시행됨에 똑똑한 자라도 변명할 수 없고, 용감한 자라도 감히 다투지 못한다(法不阿貴 繩不撓曲 法之所加 智者弗能辭 勇者弗敢爭).” 법원은 보시라이 재판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편의 문장을 실었다. 법의 엄중한 경고다.

종북세력의 내란음모 혐의가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공정하고 서슬 퍼런 법 집행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如膠似漆[여교사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