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이준식의 한시 한 수]〈5〉모정, 그 따사로운 봄 햇살

bindol 2020. 8. 31. 12:10

遊子吟 / 孟郊

 

慈母手中線 자모수중선
遊子身上衣 유자신상의
臨行密密縫 임행밀밀봉
意恐遲遲歸 의공지지귀
誰言寸草心 수언촌초심
報得三春暉 보득삼춘휘

 

나그네의 노래 / 맹교

자애로운 어머니의 손에 들린 실
길 떠나는 아들의 몸에 걸칠 옷
떠날 무렵 오밀조밀 박음질하시는 건
행여 더디 올까 걱정하신 때문이려니
누가 말했나, 한 치 풀 같은 마음이
석 달 봄 햇살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

 

遊子: 오랫동안 집을 떠나 먼 곳에서 지내는 이
臨行: 먼 길을 떠나다.
密密: 조밀하다. 촘촘하다.
遲遲: 늦어지다.
寸草心: 아들의 효심이라는 것이 작은 풀처럼 아주 미약한 것을 가리킴.
三春: 음력으로 맹춘孟春, 중춘仲春, 계춘季春의 봄 석 달.

 

아들에게 입힐 옷은 진작 마련됐다.
하지만 행여 늦어질 귀향이 걱정스러운 어미는 아들이 떠나는 순간까지
오밀조밀 정성을 보태는 것으로나마 위안을 얻는다.
한 땀 한 땀 갑자기 분주해졌을 어미의 손길이 눈에 선하다.
여리디여린 풀에 봄 햇살은 그야말로 생명의 젖줄,
그렇다고 그 햇살의 은혜를 봄풀이 다 갚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흰소리일 것만 같다. 모정,
그 따사로운 햇살 세례 속에서 성장하고 꽃피울 한 치 봄풀 같은
자식의 효심이라니, 시인의 비유가 직설처럼 선연하다.

젊은 시절을 유랑 생활로 점철해 온 맹교는 마흔여섯 늦은 나이에 진사 급제했고
오십이 되어서야 지금의 장쑤(江蘇)성 리양(율陽) 현위(縣尉)로 부임했다.
이 시에는 현위로 정착한 다음 어머니를 그곳으로 맞아들일 때 지었다는
시인의 설명이 붙어 있다.
오랜 유랑 생활을 마감하면서 시인은 문득 지난날의 이별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은 어미의 간곡한 당부도, 아들의 섣부른 약속도 없었고 눈물마저
마음 깊숙이 갈무리해 둔 채 무언의 교감을 나누었으리라.


당시의 정형은 절구(4구) 아니면 율시(8구)인데 이 시처럼 6구로 되어
정형을 벗어난 형식을 고체시(古體詩)라 한다.
고정된 틀을 고수하느니 어머니의 살뜰한 배려를 더 도드라지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맹교는 기이하고 난삽한 표현을 즐겨 썼고, 내용 또한 염량세태와 삶의
굴곡을 주로 다루었지만, 모정을 향한 이 시는 그저 소박하고 평이하다.

 

-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