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도연명의 인생[이준석의 한시 한 수]〈44〉

bindol 2020. 9. 2. 05:24

雜詩 / 陶潛

人生無根蔕 인생무근체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落地爲兄弟 낙지위형제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得歡當作樂 득환당작락
斗酒聚比鄰 두주취비린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이 흩날리는 길 위의 먼지 같은 것
흩어져 바람 따라 나뒹굴다 보면 더 이상 본래의 모습은 아니라네
태어나는 순간 모두가 형제인 것을, 굳이 피붙이하고만 친해야 할까
즐거울 땐 한껏 즐기고 한 말 술로 이웃과 어울려 보세
왕성한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진 않지
모름지기 때맞춰 자신을 독려할 것, 세월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으니

 

 

한데 인생은 과연 자기 방향을 스스로 움켜잡을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하기만 할까.
이 잔인한 결론에 공감하는 순간 우리는 미망(迷妄)과 혼돈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즐거울 땐 한껏 즐기라’는 권유와 ‘때맞춰 자신을 독려하라’는
경구(警句) 사이에서 잠시 혼란스럽고 의아해진다.

이 의문을 풀고 시를 맘 편하게 읽으려면 그저 삶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그리하여 도가적 허무 의식과 유가적 현실 지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현재에 충실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할 수밖에.


잡시란 즉흥적인 느낌을 토로한 무제시.
이 시는 연작시 12수 가운데 제1수인데 시제에 걸맞게 4구씩 따로 분리해 읽어도
각기 제 주제를 갖는다. 연작시 전체는 삶의 변화막측과
생명의 짧음에 대한 술회가 기조를 이룬다.

 
-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