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끊임없이 변한다. 사람들이 쓰지 않아 어느새 사라져 버린 단어가 있는가 하면, 새로 만들어지거나 선택된 단어도 있다.
장애를 가리키는 핸디캡(handicap)은 사라져가는 단어다.
한때 장애인을 the handicapped나 handicapped person으로 쓰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잘 쓰지 않는다.
handicapped라는 단어가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capped라는 말에는 ‘한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handicapped 대신 disabled로 쓴다
핸디캡 대신 많이 쓰이는 말은 디스어빌리티(disability)다. 형용사형은 disabled. 장애인은 disabled person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집합명사로서 장애인 전체를 가리키는 the disabled는 쓰지 않는다. 장애인을 다른 특징을 가진 별도의 집단으로 차별하는 표현이 될 수 있어서다.
장애인 주차 구역 표지판
disabled 보다 impaired가 바람직
장애를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으로는 임패어먼트(impairment)가 있다. 동사는 impair. ‘손상하다, 훼손하다’라는 뜻이다. 형용사형은 impaired다. 역시 the impaired로는 쓰지 않는다.
평창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장애인 선수들을 묘사할 때 disability 대신 impairment를 쓸 것을 권고했다.
3월 9일 오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와 패럴림픽기가 게양되고 있다. [연합뉴스]
disability나 disabled에는 ‘능력이 부족한, ~를 할 수 없는’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패럴림픽 조직위의 결정은 장애인 선수들이 뭘 할 수 없는지가 아닌, 뭘 성취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비즈니스&스포츠 에디터 Jim Bulley는 “어떤 사람이 impairment를 갖고 있다고 쓴 후에 그게 어떤 impairment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서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More than anyone, Kwon’s father wanted him to be involved in sport. “Because I also have an impairment, I was always strict with my son,” he said. Mr. Kwon’s right leg is 5 centimeters shorter than his left due to an injury to his right hip joint. “I would always tell him to ‘live bravely.”
(코리아중앙데일리 3월 16일 'Cross-country skier turned to sport for confidence' 중에서)
직역하면 '권상현 선수의 아버지 권(용춘)씨는 그 누구보다 아들이 스포츠를 하기 원했다. “나는 아들에게 언제나 엄격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쪽 고관절을 다쳐서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5cm 짧다. “나는 언제나 아들에게 용감하게 살라”고 말했다.'이다.
위 문장에서처럼 “I have an impairment”라고 먼저 한 다음에 구체적으로 “My right leg is shorter than my left leg”(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짧다)”라고 구체화한다. 아픈 부위를 주어로 해서 ‘My right leg is impaired’(나는 오른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 혹은 ‘My left arm is impaired’(나는 왼쪽 팔에 장애가 있다)로 쓸 수도 있다.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12.5㎞ 입식에 출전한 권상현이 오르막에서 힘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 장애인에게 "see you later"는 결례
청각 장애인은 deaf로도 쓰고, hard of hearing으로도 쓴다. hard of hearing이 더 격식을 갖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을 가리키는 blind의 경우 visually impaired라고쓸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감정이며, 각각의 표현 중 뭘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상대방이 싫어하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가령 시각 장애인에게 “See you later”라고 하거나,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I have to run”(나 가야해)이라고 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장애인은 고통받는 victim이 아니다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또 장애인 선수를 묘사할 때 afflicted with, confined to a wheelchair 라는 표현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afflict는 ‘괴롭히다’는 뜻이고, afflicted with는 ‘~로 괴롭힘을 당하는’의 뜻이 된다.
confine은 ‘국한시키다, 사람이나 동물을 좁은 장소나 폐쇄된 곳에 넣다’는 뜻이고, confined to a wheelchair는 ‘휠체어에 밀어 넣어진, 휠체어에 갇힌’이라는 뜻이 된다. 조직위는 이를 a person who use wheelchair로 바꿔 쓸 것을 권고했다. 보행 장애인은 ‘휠체어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조직위는 suffer from, sufferer, victim이라는 표현도 피하라고 했다.
suffer from은 ‘~로 인해 고통을 받다’는 뜻이고, sufferer는 ‘고통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victim은 희생자다.
에디터 Jim Bulley는 “장애인은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live with) 사람이지, 장애로 인해 고통을 받는(suffer from) 희생자(victim)가 아니다”며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비즈니스 에디터 Jim Bulley,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4. 장애인은 영어로 handicapped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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