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다른 나라는 안 쓴다, 한국만 있는 '컨트롤 타워'[출처: 중앙일보]

bindol 2020. 10. 25. 10:12

경제 컨트롤 타워, 정책 컨트롤 타워, 균형발전 컨트롤 타워, 심지어 성범죄 컨트롤 타워까지….
한국에서 컨트롤 타워는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사용되는 말이다. 중심이 되는 사람이나 조직을 의미한다.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11.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는 관제탑

하지만 영어에서 컨트롤 타워는 딱 한 곳에서만 쓰인다. 바로 공항(airport)에서다.

드라마 '뷰티 인사인드'의 한 장면. 극중 서도재와 한세계가 공항 관제탑에 있다. [jtbc 화면 캡처]

 

공항 아닌 곳에서 쓰는 컨트롤 타워는 '콩글리시'


영어에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는 공항에 있는 관제탑을 가리킨다.
공항에서 비행기의 이륙 take off과 착륙 land을 유도하는 타워, 즉 ‘the tower at an airport that tells flights when to land and take off’ 다. 다른 곳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비즈니스 에디터 Jim Bulley는 “컨트롤타워는 대표적인 콩글리시, 즉 한국에서만 뜻이 다르게 쓰이는 영어라고 할 수 있다”며 “매우 자주 쓰이지만 원래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 대신 '커맨드 센터'로 쓰면 무난


그렇다면 컨트롤 타워 대신 어떻게 써야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이 될까?
정해진 답은 없지만 대체로 ‘커맨드 센터(command center)’로 바꾸면 무난하다.
하지만 문맥에 따라 그 표현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이라 삼성 그룹의 인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한국어 미디어들은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삼성그룹이 인사(reshuffle)를 미루고 있다’고 썼다. 이걸 영어로는 어떻게 바꿀까.
한국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Samsung delays reshuffles in absence of control tower‘가 된다. 하지만 영어권 네이티브들은 잘 안 쓰는 표현이다.
control tower 대신 command center를 써서 'in absence of control tower'가 아닌 'in absence of command center'로 쓰는 게 조금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은 맥락에 맞게 풀어 쓰는 것이다. 에디터 Jim Bulley는 “Samsung delays reshuffles due to power vacuum at top, 즉 고위층 at top의 파워 공백 power vacuum으로 인해 인사가 미뤄지고 있다고 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중심이 되는 사람은 '포인트 맨'


그렇다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다”라고 했던 지난 6월 1일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영어로 어떻게 옮길까?
당시 청와대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이견이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를 이른바 ‘패싱(passing)’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이렇게 밝혔다.

이 때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가리키는 영어 표현으로는 ‘포인트 맨(point man)’을 쓸 수 있다.
에디터 Jim Bulley는 “포인트 맨이란 특정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 즉 somebody who will take the lead in a specific area”라며 “이 경우 ‘Kim Dong-yeon, Korea’s finance minister and deputy prime minister for the economy is the government’s economic point man.’ 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제6차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하성(오른쪽)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한편, 청와대는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개각(reshuffle)을 단행했다.
김동연 부총리의 후임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장하성 실장 후임으로는 김수현 사회수석을 임명했다. 이로써 정부 경제 정책의 포인트 맨(point man)은 홍남기 신임 부총리가 된 것이다.

공항 관제탑이라는 뜻으로 쓸 때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그대로 쓴다.
‘파일럿이 관제탑으로부터 착륙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를 영어로 하면 ‘The pilot received a signal from the control tower telling him he could land’이다.

지상 관제탑에서 바라본 인천공항. [중앙포토]


다음은 지난 3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네팔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한 기사다. 컨트롤 타워가 관제탑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여기서 runway는 공항의 활주로를 말한다.

Aviation experts said the recording indicated that the pilot was disoriented, possibly by unclear directions from the control tower. He seemed to be heading for the wrong runway when the control tower canceled his permission to land. (The New York Times 2018년 3월 12일)


직역하면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녹음 내용으로 볼 때 파일럿이 방향을 잘못 잡았으며, 이는 컨트롤 타워(관제탑)로부터 불명확한 지시를 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파일럿은 컨트롤 타워가 착륙 허가를 취소했을 때 잘못된 활주로를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비즈니스 에디터 Jim Bulley ,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다른 나라는 안 쓴다, 한국만 있는 '컨트롤 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