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2/23골뱅이가 최음제라니? 최근 ‘한국인은 골뱅이를 최음제로 먹는다’는 내용의 BBC 보도가 화제였다. 동네 맥줏집에서 골뱅이소면 깨나 먹어 본 한국의 성인남녀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BBC가 왜 그런 보도를 했는지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추측성 기사도 이어졌다.
당시 BBC 기사의 제목은 ‘웨일스에서 잡히는 골뱅이는 한국 최음제(Whelks caught in Wales are South Korea aphrodisiac)’였다.
그런데 최음제로 번역된 애프로디지액(aphrodisiac)은 한국인들이 느끼는 최음제와는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서양에서 aphrodisiac은 로맨틱한 감정을 돋우는 음식이나 성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음식, 혹은 ‘사랑의 묘약’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대표적인 aphrodisiac은 굴(oyster)과 초콜릿이다. 흔히 “Chocolate is an aphrodisiac” “Oysters are an aphrodisiac”이라고 말한다.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단어인 최음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면 aphrodisiac을 최음제 대신 정력제라고 하면 어떨까. 이것도 좀 어색하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남성의 정력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 이를테면 장어(eel)나 웅담(gall bladder of a bear) 등을 정력제라며 찾는다. 하지만 서양에는 남성에게 좋은 음식, 여성에게 좋은 음식이라는 개념이 없다.
어쨌거나, 애프로디지액(aphrodisiac)이 최음제나 정력제는 아니라 해도 골뱅이를 로맨틱한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역시 없을 테니 골뱅이가 aphrodisiac이라는 BBC의 보도는 맞지 않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BBC는 해당 기사의 제목을 ‘웨일스에서 잡히는 골뱅이는 왜 한국에서 인기일까(Why are whelks caught in Wales popular in South Korea)?’로 수정했다.
기사는 영국인은 거의 먹지 않는 골뱅이가 한국과 일본에선 인기이며, 덕분에 영국 웨일스의 어부가 지난 20년 동안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또 골뱅이는 ‘저지방 고비타민 (low in fat and high in vitamins)’ 식품으로 튀기거나 화이트와인, 크림, 마늘을 넣고 조리하면 유럽인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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