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다. 어떤 일 예감(豫感)한 듯 뻐길 때, 별 근거도 없었으면서 결말났을 때 하는 말. 그 얄미운 소리 좀 해야겠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잘못으로 보궐선거 치르면 후보 안 내기로 한 당헌(黨憲)을 뭉개버린 민주당. 같은 당 경기지사가 그걸 지켜야 한다 했다가 주워 삼킬 때, 그럴 줄 알았다. ‘어찌 된 일인지 무공천 당헌은 삭제되지 않고,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과 함께 살아남았다.’ 이 또한 그럴 줄 알았다. ‘공천하지 않는다’를 ‘무공천’이라 표현하는 일 말이다. ‘무(無)’는 뒷말에 담긴 내용이 없음을 나타내는 접두사. ‘무관심 무면허 무성의 무자비 무책임 무혐의’에서 보듯 주로 동작성 없는 명사에 붙어 ‘~이 없음’으로 새긴다. 한데 공천은 ‘없음’이 아니라 ‘아니함’이니 접두사 ‘불(不)’을 써야 옳다. ‘불구속 불만족 불성실 불이행 불친절 불합격’처럼. 불공천을 무공천이라 함은, 불출마를 무출마라 하거나 불복종을 무복종이라 하는 꼴이다. 무공해 무표정을 불공해 불표정이라 하면 말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칙대로만 움직이는 말과 글이 아닌지라, 동작성 명사에 ‘無’가 붙는 예외가 없지 않다. ‘무대응 무제한 무차별 무허가’ 따위가 그렇다. 다만 ‘무제한’은 ‘제한하지 아니함’이 아니라 ‘제한 없음’이다. ‘무허가’는 허가 없이, ‘무차별’도 ‘차별 없이’로 쓸 수 있다. 접두사 ‘無’를 ‘~하지 아니함’으로 쓴 조어법(造語法) 이탈은 아주 드물다는 얘기다. ‘不’도 마찬가지. ‘부도덕 불명예 불이익’처럼 동작이나 상태와 거리가 먼 말에 붙는 예외가 있다. 그래도 뜻은 ‘도덕에 어긋남’ ‘명예롭지 못함’ ‘이익이 되지 아니함’이다. 이렇듯 ‘~이 없음’이라는 용법으로 쓴 것은 찾기 어렵다. 물[水] 불[火] 못 가리면 곤란하듯 ‘무’와 ‘불’도 뒤섞으면 곤란하다. 무분별하게 휘달리는 여권(與圈)에 무기력하게 휘둘리는 야권. 계절만 무심하게 달아나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 /글지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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