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썸타다’. 아직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 관계도 아닌, 사귀는 듯 아닌 듯 가까이 지내다. 명사 ‘썸’. 사귀기 전의 미묘한 관계.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한 사람과의 관계.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일상어가 된 말이다. 가수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을 통해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로 굳어졌다.
여기서 썸은 영어 something에서 온 말인 것 같다. 실제로 ‘There is something going on between them’이라고 하면 그들 사이에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단어로 케미스트리(chemi stry)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케미가 좋다’ ‘케미가 잘 맞는다’는 식으로 줄여서 많이 쓴다.
chemistry의 원래 뜻은 화학이다. 물질의 구조, 성질, 변화, 응용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물질의 성질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relationship)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쓴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이런 chemistry를 ‘상호 간의 강력한 끌림, 애착, 공감 혹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거나 효과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케미스트리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대체로 처음 본 순간 생겨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케미스트리는 때로는 비슷한 점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서로 간의 차이 때문에 생겨날 수도 있다.
남녀 간의 성적인 끌림을 가리키는 sexual chemistry나 romantic chemistry의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비이성 친구와 단번에 친해지거나 좋아하게 되는 감정적 케미스트리(emotional chemistry)에도 사용된다. 스포츠 경기나 회사에서 팀원들 간의 조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엔 ‘팀 퍼포먼스 케미스트리(team performance chemistry)’가 좋은 것이다.
최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바이든이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는다는 면에서 기대와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며 “미국 민주당과 케미스트리를 한 번 더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민주당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good chemistry가 될지 bad chemistry가 될지, 혹은 no chemistry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