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공간 다이어트 열풍을 불러오다3400만원짜리 더블 침대, 830만원 나가는 서랍장, 1800만원 하는 양문형 냉장고, 여기에 5000만원 넘는 옷방까지…. 풍문으로만 듣던 재벌 집이나 고소득 전문직이 사는 초호화 주택 인테리어 얘기가 아니다. 서울 아파트에 사는 장삼이사들이 평균적으로 이렇게 산다. 좁은 공간, 없는 살림에 싼 거 사서 촘촘히 수납하고 아껴 쓴다고만 생각했는데 실은 이렇게 큰 비용을 치르며 살고 있다. 발품 팔고 온라인 뒤져서 무료 배송 조건으로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최저가 냉장고를 사고, 배달·조립 비용까지 다 포함해도 30만원대에 불과한 서랍장 하나 장만해서 뿌듯해했는데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여기 당신이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공간이 바로 돈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부동산값 폭등 시대를 합리적으로 건너는 방법을 공간 관점에서 찾아봤다. 서울 평당 매매가 3200만원 돌파 싼 가구의 비싼 배신
우리집 가구, 이렇게 비싸다 “와, 싸다. 이렇게 큰 서랍장 하나가 20만원밖에 안 하네.”
크게 오른 서울 아파트값 서 칼럼니스트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공간 점유 면적이다. 서울 아파트 평당 가격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2000만원에서 크게 올라 2020년 9월 현재 3200만원이 됐으니(부동산114) 침대 하나가 한 평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때보다 1200만원 더 비싼 3200만원만큼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는 말할 것도 없고 평당 아파트값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된 중랑구에 살고 있어도 1740만원(평당 매매가격)을 온전히 침대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 조사(서울 22개 단지)대로라면 더 비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평당 2625만원에서 현재 4156만원으로 껑충 뛰었으니 말이다.
정희숙 유명 연예인들의 집 정리로 이름을 알린 정희숙 정리 컨설턴트는 “재택근무용 책상 하나 추가로 놓을 공간이 없는데 부동산값이 크게 올라 넓은 집 이사는 꿈도 못 꾸고, 큰돈 드는 리모델링은 겁이 나서 막막하고. 그러다 보니 기존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과거엔 같은 공간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걸 넣을 수 있느냐를 궁리했다면 최근엔 이런 가구나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을 가급적 줄여 사람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트렌드의 배경이 코로나와 집값, 크게 두 가지라는 설명이다.
이지영 업체들이 토탈 인테리어를 제안할 때 대략 집 공간의 절반을 가구로 배치한다. 정리하지 않고 짐을 오래 쌓아둔 집은 훨씬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침대처럼 직접 몸을 위해 필요한 ‘신체 가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몇 년 동안 처박아 둔 옷이며 뭘 가졌는지 알지도 못하는 온갖 잡동사니를 수납하느라 들여놓은 ‘수납 가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야말로 사람이 물건을 주인으로 모시느라 발생하는 불필요한 돈이나 마찬가지이고, 이것만 정리해도 드라마틱하게 공간이 변한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 예능 ‘신박한 정리’가 매회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는 이지영 공간 크리에이터는 “내가 정의하는 정리는 단순히 수납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며 “부동산으로 불안한 마음이 커질수록 정리에 대한 욕구도 분명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희숙 컨설턴트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정리는 통제력 문제”라며 “부동산값은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집에선 주객이 전도돼 물건에 삶이 압도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나름대로 찾은 탈출구”라는 것이다. 버리기 기술
곤도 마리에 최근 인테리어의 화두는 버리기다. 그 선두엔 일본을 넘어 세계적 지명도를 확보한 곤도 마리에가 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아닌지, 무엇을 해야 하고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에 정리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리 1순위로 옷을 꼽으면서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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