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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운규 변호인을 차관 임명하며 절차적 정당성 운운하나[출처: 중앙일보]

bindol 2020. 12. 4. 04:28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0일로 연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위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나온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 차관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한 것도 정당성·공정성 확보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집행정지 또 나올 가능성에 징계위 연기
원전 사건 변호한 이 차관 기피신청 대상

 

당초 2일 열릴 예정이었던 징계위는 고기영 전 법무차관이 사임하며 4일로 한 차례 미뤄졌다. 윤 총장 측은 일정을 다시 잡으려면 형사소송법에 준해 5일의 말미를 줘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외면했다. 하루라도 빨리 징계 결정을 내리고 싶은 조급증과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데 더 밀리면 수습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고 전 차관 사표가 수리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용구 변호사를 후임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 법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막바지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임 이용구 차관은 윤 총장이 지휘하는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변호를 맡았다. 백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 때 현장에 있었고, 휴대전화 포렌식에 입회했다. 법무차관에 지명된 2일에야 사임계를 냈다. 그는 “윤 총장 징계와 대전지검에서 진행하는 수사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전 수사가 시작되자 윤 총장 징계가 급하게 추진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검사징계법상 징계위원 기피신청 대상인 ‘공정을 기하기 어려운 경우’임이 분명하다. 이런 사람을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법무차관에 임명하면서 위원장만 맡지 않으면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법원 판사들의 수준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 아닌가.

이 차관 문제는 비단 윤 총장 징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원전 의혹 수사팀은 며칠 전까지 피의자를 방어하던 사람에게 수사 내용을 보고하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퇴진할 경우 이 차관이 대행을 맡게 된다. 그가 수사지휘권이라도 행사하면 받아들여야 하는가. 같은 논리로 라임이나 옵티머스 펀드 사기범 변호인을 장·차관에 임명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법무부는 징계위원 명단을 알려달라는 윤 총장 측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 검사징계법상 위원 기피신청은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다. 기일 문제가 아니어도 절차적 부당성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또 법무부 감찰위원회를 통해 이번 징계를 위한 감찰이 위법으로 점철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징계 사유의 정당성도 훼손된 것이다. 결국 이대로 징계위를 강행하면 법원은 다시 집행정지를 내줄 수밖에 없다. 그때는 정권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백운규 변호인을 차관 임명하며 절차적 정당성 운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