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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秋라인 무협 활극 검사들

bindol 2020. 12. 23. 05:44


박국희 기자

“내 평생 검사(檢事) 이름을 이렇게 많이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청사를 나서는 검찰 관계자들. 2020.11.26/연합뉴스

 

최근 주변에서 부쩍 많이 들었던 말이다. 웬만한 부처 장·차관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평생 검사 한 명 맞닥뜨릴 일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검사장과 차·부장검사 이름을 줄줄이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지난 한 달간 이른바 ‘추미애 라인’이라 불린 검사들이 벌인 ‘윤석열 찍어내기’ 활극(活劇)이 그만큼 소란스러웠다는 얘기다.

‘추미애 최측근’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1인 5역’ 대활약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KBS의 ‘채널A 사건 한동훈 녹취록’ 오보 취재원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는데도 채널A 사건이 징계 사유인 윤 총장 징계위에 참여한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추미애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며 윤 총장 감찰을 주도한 대검 이종근 형사부장과 법무부 박은정 감찰담당관 부부, 민감한 총장 감찰 업무를 페이스북에 시시콜콜 털어놓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 평소 같으면 직책조차 생소했을 이 검찰 간부들의 이름을 사람들은 검(劍)을 들고 싸우는 무협지 인물 보듯 거론했다.

대통령 대학 후배로 ‘사건 먹는 하마’로 불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추석 직전 ‘추미애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육탄 압수수색’ 뒤 응급실 입원 사진까지 공개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정도는 이미 전국구 인사다. 친(親)정권 발언 수위로만 보면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나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거의 여권(與圈) 정치인 수준이다.

 

이들은 여권과 추 장관이 그랬듯 입만 열면 ‘검찰 개혁’을 주장했다. 전국 99%의 나머지 검사들로부터 ‘정치 검사' ‘애완견 검사'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스스로를 탄압받는 ‘내부 고발자’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추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여권이 말하는 ‘검찰 개혁’은 이미 민심에서 완패했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치고,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을 퇴행시킨 현 정권의 ‘검찰 개악(改惡)’을 지적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택시 기사 폭행 논란의 이용구 법무차관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을 징계했던 어이없는 상황이나,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허접한 징계 사유 등에 대한 비판 모두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오염된 여론’일 뿐이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1년간의 ‘좌충우돌 쇼’를 끝내고 사의를 표명했다. 남은 것은 검찰 요직을 꿰차고 있는 ‘추미애 라인’ 검사들이다. 이들이 남은 정권 기간 또 어떠한 활약을 보여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성가시지만 이 검사들의 이름을 좀 더 외워두는 것도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악’을 막기 위한 작은 실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