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2.뇌동(雷同)

bindol 2020. 12. 23. 06:36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2.뇌동(雷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3. 4. 17:23

 


'뇌동'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쓰였다.
위아래 사람 사이의 예의범절을 다뤘던 <예기>의 한 대목에 먼저 등장한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말 우리가 자주 쓴다. 남의 입장이나 의견에 빌붙어() 그에 따르기() 일색이고, 우레() 울릴 때 함께 같은() 소리를 낸다는 뜻의 성어다. 제 주견(主見)은 온 데 간 데 없이 남의 뜻만을 그저 좇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이런 풀이가 일반적이다. 오래 전에 등장한 말이다. 우선 <예기(禮記)>에 나온다. 윗사람을 상대하는 아랫사람의 자세를 일컫는 대목이다. 두 가지를 경계한다. “남의 말 그저 옮기지 말고, 제 소견 없이 남의 말에 고개만 주억거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원문은 毋剿說, 毋雷同(무초설, 무뢰동)”이다. 여기서 ()베끼다라는 뜻이다.

윗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배웠는데, 이를 근거로 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윗분의 의견을 경청하되 제 소견머리 없이 그저 , 만 한다면 오히려 예절에 어긋난다고 본 셈이다.

()나라 때 학자 정현(鄭玄)은 그 다음에 등장하는 雷同(뇌동)이라는 단어를 두고 우레가 울릴 때 사물이 그와 같은 울림으로 받는 상황이라고 풀었다. 그런 초기 해석에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뇌동(雷同)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줄곧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 셈이다.

그러나 다른 뜻풀이도 있다. 앞의 글자 ()에는 이견(異見)이 없다. 다음 글자인 ()이 문제다. 정현(鄭玄)의 해석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 고대의 문헌 자료 등에 따르면 이 ()이라는 글자는 같다라는 새김과 함께 땅의 면적을 지칭하는 단위로도 썼다고 한다. 동서남북 사방(四方)으로 100() 안에 해당하는 면적의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황제(皇帝)에 해당하는 천자(天子)의 도성 중심으로부터 1000()에 이르는 땅을 (), 그 아래 제후(諸侯)의 도성 중심 주변 100()()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풀이는 앞의 뇌동(雷同)과는 조금 다르다.

소금을 전매(專賣)함으로써 지방의 재정을 키우자는 황제의 뜻에 반대하며 논리를 펼쳤던 주휘(朱暉)라는 동한(東漢) 시대 관료의 주장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順旨雷同(순지뇌동)’이라는 말을 썼는데, 뇌동(雷同)에 대한 뜻풀이는 우레가 울릴 때 100리까지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을 제후의 도성 밖 사방 100리를 가리키는 글자로 푼 셈이다. 그러나 어쨌든 뇌동(雷同)은 좋은 뜻의 단어가 아니다.

요즘 김영란 법이 단연 화제다. 위헌(違憲)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이를 압도적인 표결로 통과시켰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상위의 법인 헌법을 아주 우습게 알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회 다중(多衆)의 막연한 뜻에 편승해 제 자리만을 지키려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빚어내는 이상한 풍경이다. 포퓰리즘이 다른 게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생각지 않고 제 욕심만 채우려 다중(多衆)의 즉흥적인 욕구에 부화뇌동하는 일이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응성충(應聲蟲)이라고도 부른다. 사람 목구멍에 기생하면서 그의 목소리만을 흉내 내는 존재다. 부화뇌동의 극치를 보이는 가상(假想)의 미물(微物)인 셈인데, 대한민국 국회가 대개 그로써만 채워져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한자 풀이>

(우레 뇌, 우레 뢰): 우레, 천둥. 큰소리의 형용. 사나운 모양의 비유. 위엄 있는 모양. 빠른 모양. 성 위에서 굴리는 돌(무기). (북을)치다. (돌을)내리 굴리다.

(끊을 초): 끊다. 죽이다. 노략질하다. 겁탈하다. 괴로워하다. 괴롭히다. 날래다. 노곤하다. 베끼다, 표절하다.

(경기 기, 지경 은): 경기(京畿: 왕도 주위 500리 이내의 땅). 경계, 지경(땅의 가장자리). 영토. 서울. 문지방, 문 안. , 논밭으로 이루어진 들. 지경().

<중국어&성어>

雷同 léi tóng: 뜻은 본문의 풀이 참조.

应声虫(應聲蟲) yìng shēng chóng: 중국 고전에 등장하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자주 썼던 말이다. 말을 하면 목구멍에서 그 말을 따라 같은 소리가 울리는 사람이 있었다. 일종의 병증이라고 여겨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한의약을 집대성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을 가져와 환자에게 소리 내서 읽도록 했다. 환자가 읽는 내용에 따라 그의 목에서는 같은 소리가 계속 울렸다. 그러나 응성충(應聲蟲)이 가장 두려워하는 약재(藥材)를 읽는 대목에서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는 그 약재를 써서 이 응성충을 구제(驅除)했다는 내용의 스토리다. 남의 의견만을 좇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92뇌동雷同?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