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7.왜구(倭寇)

bindol 2020. 12. 23. 06:40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7.왜구(倭寇)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4. 8. 16:22

 


조선의 해안가를 자주 유린했던 일본의 해상 도적,
왜구의 모습을 그린 중국 명나라 때 그림이다.

우리는 오랑캐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변경을 치고 들어와 노략질을 하는 외부 사람들을 그렇게 일컬었던 때가 적지 않다. 그러니 듣기에 썩 좋지 않은 어감의 말이다. 인명을 살상하고 재물을 훔치니 그 대상에게 좋은 말을 붙일 까닭이 없다.

한반도 북부의 적유령(狄踰嶺) 산맥을 순우리말로 풀면 ‘되너미 고개’다. 되놈들이 넘어오는 고개라는 뜻이다. 되놈은 한자 狄(적)으로 옮겼다. ‘넘다’의 뜻은 踰(유), 고개 또는 산을 嶺(령)으로 적었다. 이 ‘되너미 고개’라는 이름을 지닌 장소가 꽤 있다.

적유령(狄踰嶺) 산맥이 대표적이지만 북방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한반도 주요 길목에 해당하는 곳의 옛 지명이 되너미 고개인 경우가 제법 많다. 서울의 미아리 고개, 경기도 벽제 일부 길목 등의 옛 이름을 살필 때 이런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은 예로부터 자신을 천하(天下)의 중심에 두고 동서남북 네 방위(方位)의 낯선 사람들을 죄다 이 ‘오랑캐’로 치부했다. 동쪽이 夷(이), 서쪽이 戎(융), 남쪽이 蠻(만), 북쪽이 狄(적)이다. 그래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으로도 일컫는다.

주변의 사람과 문물을 낮춰보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시선이다. 우리는 그런 틀을 갖추지 않았거나 못했다. 그저 침략해오는 낯선 사람들을 ‘오랑캐’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오랑캐는 兀良合(올량합), 斡郞改(알랑개), 兀狄合(올적합) 등의 명칭으로 등장했던 북방 한 부족의 고유명사라는 설명이 따른다.

오량하이, 또는 오리양히라는 독음으로 읽을 수 있는 Oriyanghai라는 민족의 고유 호칭에서 결국 우리가 자주 썼던 ‘오랑캐’라는 명칭이 나왔다는 풀이다. 이들은 중국 동북부를 지나는 대흥안령(大興安嶺) 삼림지대에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이 부족의 명칭이 조선시대와 중국 명(明)나라 때 집중적으로 쓰이면서 북방으로부터 남하해서 지역을 유린하는 ‘오랑캐’의 뜻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그와는 달리 해안지역을 주로 노리고 들어오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왜구(倭寇)다.

倭(왜)는 고대 중국에서 일찌감치 지금 일본을 호칭할 때 등장했던 글자다. 당초에 낮춰보는 뜻은 전혀 없었다. 중국의 魏(위)나라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얻은 글자라고 한다. 도적놈이라는 뜻의 寇(구)라는 글자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 글자는 ‘집’을 뜻하는 宀(면), 사람 또는 사람의 머리를 가리키는 元(원), ‘때리다’는 의미의 攴(복)을 합쳐 만들었다. 남의 집에 들어와 사람을 해치는 존재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글자는 단순하게 도둑질만 일삼는 ‘도둑놈’보다 더 흉악하다. 사람까지 해치니 ‘도적놈’이라고 해야 뜻이 분명해진다.

다 옛말이려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다가도 때로 ‘그 말 한 번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요즘이다. 과거에 남의 땅을 침략해 빼앗은 일을 반성치 않고, 대한민국 땅 독도까지 제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을 보면서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거꾸로 그를 강변하는 일본의 극우와 정치세력은 현대판 왜구(倭寇)임에 틀림없다.

<한자 풀이>

倭 (왜나라 왜, 구불구불할 위, 나라 이름 와): 왜나라, 일본. 구불구불하다 (위). 삥 돌다 (위). 유순하다(위). 아름다운 모양 (위). 나라 이름 (와).

寇 (도적 구): 도적. 떼도둑. 외적. 원수. 난리. 병기. 성(姓)의 하나. 약탈하다. 침범하다. 노략질하다. 해치다. 쳐들어오다.

狄 (오랑캐 적): 오랑캐, 북방 오랑캐. 악공(樂工), 낮은 관리(官吏). 아전. 꿩의 깃. 뛰는 모양. 사악하다. 깎다, 도려내다.

踰 (넘을 유, 멀 요): 넘다. 물가 언덕. 지나가다. 뛰다. 더욱. 멀다(요).

<중국어&성어>

倭寇 wō kòu: 우리가 쓰는 ‘왜구’와 같은 뜻이다. 조선과 중국 동남부 해안가를 노략질했던, 대부분 구성원이 일본 출신이었던 해상세력이다.

成则为王,败则为寇(成則爲王,敗則爲寇) chéng zé wéi wáng bài zé wéi kòu: 성공하면 왕이요, 지면 곧 도적 신세라는 뜻.

成王败(敗)寇 chéng wáng bài kòu: 위의 항목을 줄여서 네 글자 성어로 정착한 말. 뜻은 같다. 자주 쓰는 성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97왜구倭寇?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