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0.연설 (演說)

bindol 2020. 12. 23. 06:42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0.연설 (演說)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4. 29. 17:31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펼쳐보이는 일이 연예(演藝)다.
경극은 중국 전통 연예의 대표다. 연예와 같은 맥락으로,
말로써 제 뜻을 펼쳐보이는 행위가 연설(演說)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역사적인 연설(演說)을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015년 4월 29일 오후라서 그 내용을 미리 알 수 없다. 곧 내용이 알려질 일본 총리의 최초 미 의회 연설은 매우 큰 가치를 지닌다. 우선 뉴스로서도 그렇고, 한국이 처한 동북아 정세를 감안해도 그렇다.

기대하기 어려운 과거사 사과다. 잘못을 인정치 않으려는 속 좁은 일본 정치인들에게 진솔한 과거사 반성을 요구하는 일은 어쩌면 나무에서 물고기 잡으려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테다. 그는 차치하고서 우선 눈길을 끄는 한자 단어가 演說(연설)이다. 어떤 구성일까.

앞 글자 演(연)은 물길이 멀리 나아가는 모양을 가리킨다고 한다. 물이 번져 나가는 모습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고인 물이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물, 그런 과정에서 주변을 점점 적시는 물의 모습이다. 원래의 뜻이 그러하니 이 글자는 나중에 무엇인가가 점차 펼쳐져 나가는 상황을 가리키는 뜻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인가를 펼쳐 보이는 일, 우리 생활에서는 매우 친근한 행위다. 그런 일은 부지기수다. 재주를 펼쳐 보이는 일이 연예(演藝)다. 기술을 펼쳐 보이면 연기(演技), 말이 대상일 경우가 바로 연설(演說)이다. 익히는 일을 반복하는 경우는 연습(演習)이다. 익히고 또 익히는 일이다.

실을 줄줄 풀어가듯이 일정한 이치(理致)에 따라 추리(推理)를 반복하면 연역(演繹)이라고 적는다. 놀음을 펼쳐 보이면 연희(演戱)다. 재주꾼, 익살꾼, 놀이꾼 등이 남들 앞에서 자신의 예능(藝能)을 펼쳐 보여주는 행위다. 극(劇)으로 구성한 스토리를 남 앞에서 말과 행동으로 보이면 그게 바로 연극(演劇)이다.

봉장작희(逢場作戱)라는 성어가 있다. 원래는 불가(佛家)의 선어(禪語)다. 깨달음을 얻는다면 때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성은 상황(場)을 만나(逢) 놀음을(戱) 놀아본다(作)의 엮음이다. 여기서의 작희(作戱)가 곧 연희(演戱)다. 규범과 겉치레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 있게 상황에 스스로를 맞춰가는 노련함, 성숙함 등을 이야기할 때 쓸 수 있는 성어다.

말에 담긴 사정이 그러하니, 이 봉장작희(逢場作戱)라는 성어는 나름대로 이미 한 경계에 이르러 외부적인 조건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주동적으로 그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때로 바람피운 남성이 여성에게 둘러대는 말로 사용해 말 값어치가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한반도를 두르고 있는 동북아 정세가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의회 연설 등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이 놀음판에 미국과 일본은 확실한 주역이다. 그로써 한국은 적잖이 휘둘리게 생겼다. 남이 세우고 짠 놀음판에 선뜻 끼어들기조차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판을 만들어 제가 주역으로 나서서 놀아보려면 웬만한 배짱과 머리가 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이 만들어 놓는 판에 올라 광대놀음이나 하고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동안 뭘 했을까. 너무 정색을 하고 과거사만 돌아보다가 국제적인 전략 판도가 변화하는 낌새를 놓쳤던 것은 아닐까. 초조한 마음으로 살펴야 할 아베의 연설(演說)이다.

<한자 풀이>

演 (펼 연): 펴다, 늘이다. 부연하다, 자세히 설명하다. 넓히다, 넓게 미치다. 스며들다. 멀리 흐르다. 통하다. 헤아리다, 계산하다. 천천히 걷다.

繹 (풀 역): 풀다. 풀리다, 풀어내다. 끌어내다. 당기다. 다스리다. 연달아하다. 늘어놓다. 찾다. 실 뽑다. 실마리. 제사 이름.

戱 (희롱할 희, 탄식할 호): 희롱하다. 놀이하다. 놀다. 놀이. 연극. 탄식하다(호).

<중국어&성어>

演讲(講) yǎn jiǎng: 일반적으로 ‘연설’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演说(說) yǎn shuō도 쓰기는 하지만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表演 biǎo yǎn: 일반적인 공연, 연출 등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단어다.

逢场(場)作戏(戱) féng chǎng zuò xì: 뜻풀이는 본문과 같다.

故技重演 gù jì chóng yǎn: 옛(故) 기술(技)을 거듭(重) 펼쳐 보인다(演)는 뜻의 성어다. 새로움이 없는, 마냥 답보적인 사람 또는 그 행위를 일컫는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00연설-演說?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