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4.근신(謹愼)

bindol 2020. 12. 23. 06:46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4.근신(謹愼)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5. 27. 11:13

 


말(言)과 행동(行)에 근신함을 얹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언행에서의 신중함은 지혜의 토대를 이룬다.

 

 

근신(謹愼)이라는 이 말, 그저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내리는 벌(罰) 정도의 의미로만 남았다. 사전 등에는 우선의 새김이 ‘조심’이라고 나오지만 이 낱말을 받아들이고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잘못을 저질러 받는 벌의 일종’ 정도의 뜻으로 새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낱말을 이루는 앞 글자 謹(근)은 말을 조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말’을 가리키는 言(언)이라는 부수가 들어있고, ‘재앙’ ‘화근’ 등을 지칭하는 堇(근)이 있다. 따라서 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안을 앞에 두고 입조심을 하는 경우라는 뜻풀이가 일반적이다.

愼(신)은 여러 풀이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참다움’ ‘진정함’이라는 의미의 眞(진)이라는 글자와 ‘마음’을 뜻하는 부수가 합쳐져 ‘조심’ ‘신중함’의 의미로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 眞(진)이라는 글자가 점복(占卜)을 주관하며 제의(祭儀)를 이끌던 옛 시절의 사제(司祭)인 貞(정)이라는 존재와 관련이 있다고 볼 때의 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근신(謹愼)이라는 낱말을 그저 잘못한 이에게 내리는 벌 정도의 풀이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는 사물과 현상에서 늘 빚어지는 변화에 조심스레 대응하는 지혜(智慧)의 하나로 봐야 좋을 것이다.

審愼(심신)이라는 말도 있다. ‘살피다’ ‘헤아리다’는 뜻의 審(심)은 집을 가리키는 宀(면)에 番(번)이 덧붙여진 글자다. 番(번)은 위의 글자 요소가 동물의 발자국, 아래 田(전) 형태의 요소가 그런 동물의 자취가 찍힌 흔적이라는 풀이다. 따라서 본래 審(심)은 ‘집안(宀)에 들어온 동물의 발자국(番)’이라는 의미다.

그런 동물이 집안에 들어왔다면 우리는 우선 무엇을 해야 할까.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들짐승이 집에 들어왔으니 가족 구성원의 생명에 우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를 살피지 않는다면 엄청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자와 ‘신중함’이라는 의미의 愼(신)이 합쳐지면 그야말로 자세하게 살피는 행위다.

그런 審(심)에 계산하다, 또는 따지다, 헤아리다 등의 의미를 지닌 計(계)를 붙이면 심계(審計)다. 지금의 감사원(監査院) 옛 명칭이 심계원(審計院)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좋다. 중국에서는 감사원 기능을 지닌 기구를 흔히 審計署(심계서)라고도 적는다.

심리(審理), 심문(審問), 심신(審訊), 심판(審判) 등이 다 그와 같은 맥락의 조어다. 근신(謹愼)이라는 단어의 조합도 흐름에서 볼 때 이와 같다. 조심하면서 무게를 지닌 채 행동하는 일이다. 신중(愼重)이 그 뒤를 따르는 단어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서 드러낸 유족의 발언이 화제다. 일종의 제사(祭祀)라고 해도 좋을 자리였는데, 유족의 솟구친 감정만 돋보여 아쉽다. 제사는 먼 곳, 저승으로 떠난 조상의 안녕과 덕을 기리는 자리다. 그래서 핵심적인 마음가짐이 ‘경건함’이다.

‘유명(幽明)’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승과 이승 사이에는 엄연한 분별이 존재한다. 저승은 이승에 있는 이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다. 그 두려움 속으로 먼저 떠난 조상을 생각하며 이승의 사람들은 차분해진다. 세속의 여러 감정은 잦아들고, 그로써 살아 있는 사람 사이의 화합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다. 제의(祭儀)의 의미를 따지자면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본마저 잊은 지 오래다. 근신(謹愼)과 심신(審愼)의 지혜를 말하기에는 수준이 너무 낮아진 사회다.

<한자 풀이>

謹 (삼갈 근): 삼가다. 자성하다. 금하다. 엄금하다.

愼 (삼갈 신, 땅 이름 진): 삼가다. 근신하다. 두려워하다. 근심하다. 따르다. 삼감. 진실로.

審 (살필 심, 빙빙 돌 반): 살피다. 자세히 밝히다. 깨닫다. 듣다. 환히 알다, 밝게 알다. 조사하다. 묶다. 바루다, 바르게 하다. 정하다.

幽 (그윽할 유, 검을 유): 그윽하다. 멀다, 아득하다. 깊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가두다, 갇히다. 피하여 숨다. 검다. 귀신. 저승.

<중국어&성어>

小心谨慎(謹愼) xiǎo xīn jǐn shèn: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구는 행위.

谨(謹)言慎(慎)行 jǐn yán shèn xíng: 언행(言行)을 신중히 하는 일이다. <예기>에 등장하는 말로 자주 쓰는 성어다.

谨小慎微 jǐn xiǎo shèn wēi: 작고(小) 보잘 것 없는 것(微)에도 전전긍긍하며 지나치게 조심하는 모습. 신중하고 조심함이 지나친 경우에 쓰는 말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04근신謹愼?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