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영준 논설위원
출근길 버스 안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혼자가 되지 않으면 영원히 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아래 사진 속에는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눈을 감은, 아마도 갓 숨을 거둔 듯한 남성이 누워 있다. 보건마스크와 인공호흡용 마스크를 쓴 모습을 나란히 대비한 사진 위에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남이 씌워줄 땐 늦습니다”라고 쓴 포스터도 봤다. 이건 캠페인이라기보다 국민을 상대로 한 겁박 아닌가. 하긴 위정자들의 안중에 국민은 가재·붕어·개구리일 뿐이니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섬뜩한 기분을 들게 하는 공포마케팅쯤이야 대수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장이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국민을 ‘살인자’로 몰아세운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왔을 터다. 이런 몰(沒)인권적 인식 앞에서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와 인권의 성장이 K방역의 바탕이 됐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공허하게 흩어진다. “K방역은 인권에 바탕” 자화자찬 거리두기를 축으로 하는 방역은 기본권에 대한 일정 정도의 제약을 전제로 한다. 그중에는 법에 규정된 것도 아니고 투표로 정한 것도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 가해지는 제약도 포함된다. 문제는 그 정도다. 어떤 나라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강요하는 것조차 기본권 침해가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겁박성 포스터를 안 붙여도 모든 국민이 알아서 마스크를 쓴다. 그뿐인가. 내가 어디 가서 뭘 했는지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QR코드를 찍고, 밤 9시 이후의 사생활은 반납하며 산다. 집회도, 예배도 올스톱이다. 그 대신 우리는 인구 대비 확진자 수를 줄이고 미국·유럽에서와 같은 대유행을 피해 버텨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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