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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빛갈의 새해 엽서 / 이해인

bindol 2020. 12. 31. 16:41



무지개 빛갈의 새해엽서

빨강 -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초록 -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파랑 - 그 열려 있는 바다빛으로
새해에는 더욱 푸른 꿈과 소망을 키우고
이상을 넓혀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삶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는
부지런한 순례자가 되겠습니다.

 

남색 - 그 마르지 않는 잉크빛으로
새해에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말을 꺼내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보라 - 그 은은한 신비의 빛깔로
새해에는
잃어버렸던 기도의 말을 다시 찾아
고운 설빔으로 차려입고
하루의 일과를 깊이 반성할 줄 알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거듭 강요 하기보다는
조용한 실천으로 먼저 깨어있는
침묵의 사람이 되렵니다.

 

빨 · 주 · 노 · 초 · 파 · 남 · 보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로
새로운 결심을 꽃피우며
또 한 해의 길을 우리 함께 떠나기로 해요.


- 이해인 수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