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山西村
莫笑農家臘酒渾 막소농가랍주혼
豊年留客足鷄豚 풍년유객족계돈
山重水複疑無路 산중수복의무로
柳暗花明又一村 유암화명우일촌
簫鼓追隨春社近 소고추수춘사근
衣冠簡樸古風存 의관간박고풍존
從今若許閒乘月 종금약허한승월
拄杖無時夜叩門 주장무시야고문
더 이상 길이 없나 보다 하며 멈칫하는 사이 눈앞에 펼쳐지는
우거진 버드나무 숲과 화사한 꽃들의 향연, 풍년제를 앞둔
흥겨운 풍악 소리, 예스러움이 오히려 정겨운 사람들의 차림새,
이 모든 경이로움 앞에서 시인의 희열감은 한껏 고조된다.
탄탄대로만을 걸어왔다면 결코 맛보지 못했을 삶의 환희,
막다른 지경을 헤쳐 나왔기에 누리는 삶의 축복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려니.
그래서인지 시인은 달빛을 즐기며 아무 때고
남의 집을 찾아 나서겠다는 달뜬 기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장수를 누린 것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육유는 시 9200여 수를 남겨
최고 다산 시인으로 꼽히는데 이는 이백의 1000여 수,
두보의 1400여 수, 백거이의 2900여 수를 압도하는 분량이다.
흔히 도연명은 전원시인, 이백은 낭만시인, 왕유는 산수시인이라 부르는데
육유에게는 애국시인이란 영예가 뒤따른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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