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예 내셔널팀 기자“야야, 밖에 나가지 마라.” 이쯤 되면 고문(?)이다. 팔순 노모(老母)와의 전화 통화는 이렇게 시작해서 “마스크 잘 쓰고”의 신신당부로 대개 끝난다. 꼬박 일 년을 듣다 보니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라, 시큰둥한 대답을 하곤 했다. 그랬던 노모와의 대화 기류가 최근 살짝 틀어진 건 순전히 ‘주사’ 때문이었다. 소위 ‘기저질환’도 있는지라 코로나19가 창궐하고는 뉴스를 생명줄 삼아 챙겨보던 노부모님의 입에서 코로나 백신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언제 맞냐, 혹시 맞고 부작용이 나면 어쩌냐….” 기우(杞憂)로 치부했었지만 요즘 내 귀에도 달리 들리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백신 접종 생중계 중에 혼절한 미국 간호사도 있었지 않았던가. 부작용이 아니라 과민 반응이었지만, 만약을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여기, 그림 한장이 있다. 의자에 한 여자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앉아있다. 곁에선 심술궂게 생긴 남자가 ‘이게 무슨 대수냐’ 싶은 얼굴로 여자의 팔에 바늘을 찔러넣고 있다. 조마조마, 곁눈질로 겨우 지켜보던 여자는 놀랐는지, 무릎에 걸쳤던 나들이 모자는 떨어질 태세다. 문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여자 곁엔 차례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들이 제각기 해괴한 얼굴을 하고 서 있다. 그런데, 방금 주사를 맞았는지 돌아선 남자의 팔이 심상찮다. 팔뚝에선 작은 소 한 마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아뿔싸. 엉덩이에서도 소 한 마리가 삐져나오고 있다. 입에서 송아지가 나오는 여인, 코에 소를 달고 있는 남자까지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영국 풍자만화가 제임스 길레이(1756~1815)가 1802년에 그린 『우두(cow pock)』다.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예방 백신 ‘우두’를 개발하자, 균을 몸에 넣어 병을 막는다는 낯선 방식에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꺼렸다. ‘우두 백신을 맞으면 소로 변한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한 폭의 그림에 담겨있다. 다음 달이면 요양시설에 있는 어르신들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일찌감치 백신을 확보하고도 ‘불신’ 때문에 접종률이 낮은 이웃 나라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미지(未知)의 공포를 불식시키는 길은 하나다. 정부에 대한 믿음으로 귀결되는 촘촘한 준비, 분명한 설명 아닐까. 김현예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