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다루는 세 가지 수단이 수급·세제·금융이다. 이 셋을 상황 따라 완급을 조절하고 잘 섞어 쓰는 게 실력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강공 일변도다. 공급은 묶고 돈줄은 죄고 세금은 무겁게 했다. 결과는 온 국민의 집 걱정 빚 걱정 세금 걱정이다. 부동산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 1순위가 된 이유다. 이쯤 되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누더기 세제부터 손봐야 한다. 그중 양도소득세가 첫 번째다. 정부도 슬쩍 운을 떼긴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주택을 3~4채 가진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대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5일 만에 여당이 반대하자 바로 물러섰다. 그는 늘 그렇듯 문제를 인식은 하되 애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생각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폭망 부동산 정책 출구전략 시급 누더기 세제 바로잡기부터 시작 공급 확대 효과에 형평성 안 해쳐
양도세 완화는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이 지지하는 정책이다. 3주택 이상자가 한 채씩만 내놔도 48만7000여 채가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올해 서울 입주 예정 물량(6만8000가구)의 약 8배다. 누구 말마따나 “빵처럼 찍어낼 수 없는 집”을 단기에 공급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통령까지 사과한 정부로선 불가피한 출구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부자·투기·불로소득은 안 된다’는 여당의 부동산 삼불(三不)에 막혔다. 아쉬운 일이다. 방법은 없을까. ‘1가구 평생 한 번 양도세 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급 확대→집값 안정→정책 신뢰→민심 회복의 선순환은 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엔 최적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예상되는 이득도 많다. 첫째, 국민 불편과 조세 저항 해소. 양도세는 누더기 세제 중 으뜸이다. 이 정부에서만 다섯 차례 개정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에 샀는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웬만큼 공부해선 알 수도 없다. 세무사도 고개를 흔든다. 오죽하면 ‘양포세’(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란 말까지 나올까. 복잡한 세법은 조세 저항을 부른다. 일관성·형평성·보편성에도 안 맞는다. 난마(亂麻)엔 쾌도(快刀)가 답이다. 얽힌 매듭은 단칼에 끊어야 한다. ‘평생 한 번만 면제’는 간명하다. 단칼에 국민 불편과 조세 저항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둘째, 강남 불패 척결. 다주택자는 강남 아파트부터 팔 것이다. 2억원에서 6억원이 된 강북 아파트와 10억원에서 20억원이 된 강남아파트 두 채를 가진 다주택자라 치자. 수익률은 6억원 아파트가 200%로 높지만, 수익은 10억원으로 강남 아파트가 크다. 강남 아파트를 파는 게 두 배 넘게 이득이다. 강남 아파트부터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늘면 값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셋째, 공약과 정책의 일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약은 “보유세는 무겁게, 거래세는 가볍게’다. 그런데 정책 현실은 ‘보유세는 아주 무겁게 사실상 세계 최고, 덧붙여 거래세도 세계 최고’다. ‘평생 한 번 면제’로 이런 정책·현실·공약 간 괴리를 바로잡을 수 있다. 넷째, 자산 버블 붕괴 위험을 선제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다섯째, 부자용 정책이란 비난에서도 자유롭다. 누구나 평생 한 번이라 형평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불로소득 비판엔 ‘로또 청약’이 반론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입구부터 불로소득을 허용하면서 출구는 꽁꽁 묶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이다. 여야 없이 출마자들의 1호 공약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뇌관을 제거하지 않고 선거를 치르면 필패다. 해외 주요국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영국·독일·프랑스·호주·캐나다는 양도세 비과세다. 특히 영국의 예는 타산지석이다. 다주택자라도 소유자가 지정하는 ‘주된 주택(main residence)’은 비과세다. 물론 보유 기간 내내 거주해야 하는 등 조건이 있다. 그런 세부 항목은 우리 실정에 맞춰 재설계하면 될 것이다. 포전인옥((抛塼引玉). 벽돌(塼)을 던진 뜻은 구슬(玉)을 얻기 위함이라. 거칠다 내치지 말고 정책 당국이 옥으로 빚어주기 바란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