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의 News English] 가운뎃손가락 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21.01.26 03:00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New Year’s press conference)에서 질문을 하던 기자의 손가락 모양이 논란에 휩싸였었다(be embroiled in controversy). 가운뎃손가락(middle finger)으로 수첩을 잡고 있었는데, 대통령을 향한 욕을 손가락으로 표현한(flip off)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른 손가락들을 엄지 밑으로 감싸 쥐고 쭉 뻗은(be extended with the other fingers held beneath the thumb) 가운뎃손가락은 2000여 년 전부터 모욕과 업신여김을 표시하는(express insult and belittlement) 욕이었다. 인류학자(anthropologist)들은 그리스·로마 시대 때부터 사용돼온 가장 오래된 욕 표현 몸짓(the most ancient insult gesture)이었다고 말한다.
가운뎃손가락은 남성의 음경(penis), 양쪽으로 감아쥔 나머지 손가락들(curled fingers on either side)은 고환(睾丸·testicle)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발기한 남근(男根·phallus), 즉 남성의 생식기(male genitalia)를 상대에게 들이밀어 욕을 보이는,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표시(primeval display) 행위였다.
로마인들은 이런 음란한 손짓(obscene gesture)을 ‘digitus impudicus’이라고 했다. ‘수치스러운 줄 모르는 외설적이고 역겨운 손가락(shameless, indecent and offensive finger)’이라는 뜻이었다. 그랬던 것이 훗날 영어에선 ‘flip the bird’ 또는 ‘give the finger(bird)’라는 표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손짓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다람쥐원숭이(squirrel monkey)가 흔히 인용되곤 한다. 이 원숭이 수컷들은 불만을 드러낼 때 발기된 성기를 들어 올리며 항의를 제기하는(lodge protest with their erect penes)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는 남성 상징을 빗댄 나름의 표현 방식(their own phallic salute)이 따로 있다. 한국에서와 비슷한 ‘주먹 감자 먹이기(bras d’honneur·arm of honor)’로, 손등을 몸 바깥쪽으로 향한 채 팔뚝을 들어 올리며(raise the forearm with the back of the hand facing outward) 다른 한 손으로 팔꿈치 안쪽을 잡거나 툭툭 치는(grip or slap the inside of the elbow) 동작이다.
영국에선 손바닥을 몸 안쪽으로 하고 두 손가락으로 만든 ‘V’(two-fingered ‘V’ with the palm facing inward)를 들어보인다. 자칫 승리를 뜻하는 V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손바닥이 바깥쪽을 향한 V는 ‘승리’, 안쪽을 향한 V는 남성 성기 두 개를 의미하는 욕이다.
중동 지역에선 가운뎃손가락 대신 엄지를 세운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주둔을 시작했을 당시 현지 주민들은 미군을 볼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stick up their thumbs). 폭정에 시달리던(be under the yoke of despotism) 현지인들이 최고라는 표시로 ‘엄지척’ 하며 환영해주는 걸로 생각했다. 길이보다 굵기를 선호한(prefer their girth to length) 중동 방식의 손가락 욕이었던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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