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 스포츠팀장
조선 인조는 1643년 이순신 장군에게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내렸다. 1598년 12월 노량대첩에서 전사한 지 45년 만이다. ‘영화의 거리’로 불렸던 서울 충무로는 장군의 시호에서 명칭을 따왔다. 거리명 유래에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충무로가 일본강점기 혼마치도리(本町通)로 불린 일본인 거주지였다. 해방 후 그 잔재를 없애는 차원에서 장군 시호를 거리명으로 삼았다는 거다. 또 장군이 태어난 한성부 건천동(현 중구 인현동)과 일대를 충무로로 했다는 거다. 475년 전인 1545년 오늘(4월28일), 이순신 장군이 탄생했다.
당초 이순신 장군 시호 후보는 충무, 충장(忠壯), 무목(武穆) 등 세 가지였다. 충(忠)은 일신의 위험을 마다치 않고 임금을 받들었다는, 무(武)는 적의 창끝을 꺾어 나라를 구했다는, 장(壯)은 적을 무찔러 전란을 평정했다는, 목(穆)은 덕을 펼쳐 의를 지켰다는 의미다. 충무를 시호로 받은 건 이순신 장군을 포함해 9명이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 예종 때 유자광 모함으로 죽은 남이 장군 시호도 충무다. 중국 촉한의 승상 제갈량 시호 역시 충무다. 그래도 ‘충무공’ 하면 이순신 장군이다.
1707년 조선 숙종은 충청도 아산의 이순신 장군 사당에 ‘현충(顯忠)’이라는 호와 함께 편액을 내렸다. 조선 시대부터 간간이 이어지던 장군 현양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건 박정희 정권에서다. 1966년 아산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추진했다. 이듬해인 67년에는 장군 탄생일을 기념일로 제정했다. 68년에는 서울 광화문에 장군 동상을 세웠다. 73년에는 장군 탄생일을 법정기념일에 포함했다. 47개 법정기념일 중 탄생일은 유일하다.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 추모·현양 사업에 전력을 쏟았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해 “400여 년 전 충무공께서 열두 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했듯, 열두 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량해전 직전 이순신 장군이 올린 장계를 인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누군가는 ‘경자역난(庚子疫亂)’이라 부르기도 했다. ‘국난’이든 ‘역난’이든 시절이 어려우면 이순신 장군이다.
장혜수 스포츠팀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충무(忠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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