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논설위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14년 전 검찰사(史)가 평행이론처럼 어른거린다. 2005년 10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표를 내야 했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비운(悲運) 얘기다. 그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6·25는 통일 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발동한 수사지휘를 거부했다. 김 전 총장의 사표가 결국 수리됐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했다.
“검찰권 독립은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 아래에서만 보장되는 것이다.” 문 수석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도 “인권보장을 향한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14년 전 발언은 30일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검찰을 향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로 되살아났다. 앞서 조국 법무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수사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검찰청사 앞에서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일부 조 장관 지지자들은 윤 총장을 ‘검찰춘장’이라고 불렀다. 수사팀이 조 장관 가족을 망신주려고 자택 압수수색 때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가짜뉴스로 검찰총장을 희화화했다.
민주적 검찰 통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당위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 발언의 뿌리다. 검사라면 모를 리 없는 시대정신을 법무장관 부인 소환을 앞두고 질책하듯이 들먹이는 것은 ‘방탄 수사지휘’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진영의 편향된 논리를 민주적 통제로 과장하는 것도 검찰 개혁이 아닌 퇴행이다.
김승현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검찰춘장’이 민주적 통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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