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험 우희 치다라 안자
것넌 산(山)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骨)이 떠 잇거날
가슴이 금즉하여 풀떡 뛰여 내닷다가 두험 아래 쟛바지거고
모쳐라 날낸 낼싀만졍 에헐질 번하괘라.
현대어 풀이
두꺼비가 파리를 입에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하얀 송골매가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풀쩍 뛰어서 내달리다가 두엄 아래에 넘어져 나뒹굴었구나.
다행히도 날쌘 나이기에 망정이지 멍이 들 뻔하였구나!
최민우 정치팀 차장
볼품없는 외모와 달리 두꺼비는 민속에선 집 지킴과 재복의 상징이었다. 『삼국유사』엔 지장법사가 가져온 사리와 가사를 지키는 동물로 기록됐다. 의뭉하지만 슬기롭고 의리 있는 게 두꺼비였다.
이런 탓일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한때 자신을 두꺼비에 비유했다.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다. “민청련의 상징은 두꺼비였다. 두꺼비는 알을 품으면 뱀을 찾아 나서 스스로 잡아 먹히지만, 그 알은 뱀을 자양분으로 부화해 마침내 뱀을 죽이고 수많은 두꺼비로 태어난다. 80년대 대학가에는 이러한 두꺼비가 되려는 사람이 속속 등장했다. 나도 작은 두꺼비로 변해가고 있었다.”
두꺼비로 뱀을 잡아 먹고자 했던 조 후보자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지 않았을까. ‘사노맹’ 일원으로 무장 봉기를 도모하던 사회주의 혁명가에서 어느새 어엿한 제도권 주류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본인은 여전히 “친일과 매국이 판친다”며 성에 안 차 하는 모양이지만….
불룩한 배 때문인지 두꺼비는 탐욕의 상징으로도 소구됐다. 조선시대 작자미상의 사설시조 ‘두터비 파리를 물고’에서 두터비는 탐관오리를, 파리는 백성을 뜻했다. 이 두꺼비가 더 큰 권력을 보고 허둥대는 모습을 시조는 이렇게 풍자한다. “가슴이 금즉하여 풀떡 뛰어 내닷다가, 두험 아래 쟛바지거고, 모쳐라 날낸 낼싀만졍 에헐진 번화괘라.” 풀이하자면 “비록 넘어졌지만, 날쌘 나니깐 망정이지 딴 사람 같으면 멍들뻔 했을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다.
조 후보자는 사노맹 논란을 두고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20대 청년 조국은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과연 그는 이번 청문회도 요리조리 날렵하게 넘어설 수 있을까.
최민우 정치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두터비 파리를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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