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夫人
竹本丈夫比 亮非兒女隣
胡爲作寢具 强名曰夫人
搘我肩股穩 入我衾裯親
雖無擧案眉 幸作專房身
無脚奔相如 無言諫伯倫
靜然最宜我 何必西施嚬
죽본장부비 양비아녀인
호위작침구 강명왈부인
지아견고온 입아금주친
수무거안미 행작전방신
무각분상여 무언간백륜
정연최의아 하필서시빈
대나무는 본래 장부에 비유하였고
분명히 아녀자와 벗할 처지 아니었는데
어찌하여 침구로 만들어져서
억지로 부인이라 이름붙였나
내 어깨와 다리를 괴어 안온하게 해주고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는 친하게 되었네
비록 다소곳이 밥상 시중은 못 들지만
다행히 방안에서 내 몸을 독차지하게 되었네
상여(相如)에게 달려가던 다리도 없고
백륜(白倫)에게 간하던 말도 할 줄 몰라
조용한 것이 가장 내 마음에 드니
하필 남을 흉내내야 할까
李奎報/高麗 / 竹夫人
- 擧案眉 : 擧案齊眉의 줄인 말. 부인이 남편을 공경한다는 뜻
- 奔相如 : 卓文君이 司馬相如를 쫓아 야반도주한 것을 이른 표현
- 諫伯倫 : 술을 좋아하는 劉伯倫 같은 이를 충고하는 것
- 西施嚬 : 미인인 서시(西施)가 치통을 앓아 얼굴을 찡그리자
뭇 여인들이 따라서 찡그림. 줏대 없이 남을 따라 함.
- 백륜(伯倫): 진(晉)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의 자(字).
녹거(鹿車)를 타고 술 한 병을 가지고 사람을 시켜 삽을 메고 따르게 한 뒤
말하기를 "내가 죽거든 바로 묻으라"고 하였다.
- 搘: 괴다.
- 裯: 홑이불
- 죽부인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당대(唐代)에는 죽협슬(竹夾膝)이라고 하다가 송대(宋代)에 이르러
죽부인(竹夫人)이라고 불렀다 한다.
죽희(竹姬) 또는 죽노(竹奴)라고도 하며,
대나무가 사철 푸르다 하여 청노(靑奴)라고 부르기도 한다.
궁녀 사회에서는 죽참봉(竹參奉)·죽별감(竹別監) 등과
같이 벼슬 이름을 붙여 의인화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