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의 漢詩 이야기

그리움(相思)

bindol 2021. 4. 9. 06:27

그리움(相思)

 

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봄은 꽃의 계절이다. 산과 들에도 집 마당에도 담장 밑에도 온통 꽃이다.

사람마다 꽃에 대한 기호는 다르겠지만, 꽃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동일할 것이다.

사람이 어떤 꽃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심미적 요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꽃과 함께 남아 있는 좋은 기억이 그것을 좋아하게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가끔은 꽃이 아닌 것에서 봄의 기억을 꺼내기도 한다.

당(唐)의 시인 왕유(王維)는

수 많은 봄꽃이 아닌 어떤 열매에 자신의 기억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움(相思)


紅豆生南國 홍두생남국
春來發幾枝 춘래발기지
願君多采擷 원군다채힐
此物最相思 차물최상사

 

홍두는 남쪽 땅에서 자라는데
봄이 오니 몇 가지에 열매가 돋아났네
원하노니 그대여 많이 따 주세요
이 물건에 그리운 정 다 모여 있다오

 

홍두는 우리가 흔히 먹는 팥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나무로서 우리가 아는 팥과는 다르다.

이 나무는 특이하게도 봄이 되면, 가지에 꽃 대신 붉은빛의 열매가 매달린다.

 


시인은 지금 홍두의 고장으로부터 먼 곳에서 봄을 맞이하였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보통 꽃을 떠올리곤 하는데, 시인은 이와 달랐다.

시인이 남쪽 지역에 기거할 때 보았던 홍두라는 열매가 떠올랐던 것이다.

시인이 남다르게 흔한 봄꽃 대신 홍두라는 열매를 떠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홍두라는 열매와 연관된 사람이 있고, 바로 그 사람이 시인이 그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꽃을 함께 즐기면서 추억을 만든 사람이

그리움의 대상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는 꽃보다 더 봄을 인상 지우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꽃이라는 추억의 보관함 대신 자신만의

독특한 추억 보관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봄이 즐거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서원대 중국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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