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功(공)-목적 잃지 않고 기틀을 다지는 실천
한자 5/8
功(공)은 뜻과 소리를 아울러 나타내는 工(공)과 의미를 나타내는 力(력)으로 구성되는 글자다. 工과 力은 제각기 ‘달구’와 ‘쟁기’의 꼴을 본뜬 글자인데, 달구는 토목공사에서 땅을 다질 때 쓰던 도구이고, 쟁기는 농사 지을 땅을 갚아 엎을 때 쓰던 도구다. 하나는 땅을 단단히 다지는 데, 다른 하나는 굳은 땅을 갈아엎을 때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반되는 기능을 갖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각각 토목공사와 농사를 위한 중요한 기틀을 만드는 도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功의 의미를 ‘힘써 나라를 평정하는 것(以勞定國也)’으로 풀이했다. 국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힘쓰는 것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달구와 쟁기의 쓰임새와 서로 통한다. 이후 국가에 대한 공로뿐만 아니라 공(公)과 사(私)에 두루 통용되는 공로·성과·효용 등의 의미로 쓰이게 됐다.
功利(공리)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로 알려진 윤리적 개념 utility를 한자어로 옮긴 말이다. 본래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功(성과)과 利(이득)를 아울러 일컫는 단어로 제자백가의 문헌에서부터 쓰였으나, 서양의 개념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것이다.
공리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어떠한 공과(功過)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무수히 논의된 바 있으니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노자』에는 “공명(功名)을 성취하고 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功成名遂身退天之道)”라는 구절이 있다. 무엇을 위한 성과이며 이득인지를 잊은 채 무작정 뛰다 보면 대체 무엇이 성취이고 어디에서 멈춰 서야 할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녕 목적이 달성됐음을 안다면 물러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겸허한 실천을 통해 우리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공로와 성공의 대척점에는 과오와 실패가 존재한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맞닿은 것이기도 하다. 功(공로, 성과)과 過(과오, 실패)가 짝을 이루는 功過(공과)라는 한자어는 그러한 양면성을 부각할 때 쓰이곤 한다. 처참한 실패에서 성공(成功)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부신 공적(功績)을 이뤘을 때 그 과정에서 저지른 과오에 대해 겸허히 돌이켜볼 수 있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 너머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이야말로 인간이 갖는 존엄의 원천이 아닐까?
신웅철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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