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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日 야구의 精進

bindol 2021. 7. 7. 04:41

[만물상] 日 야구의 精進

선우정 논설위원

 

son-ujung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기자 페이지 뉴스총괄에디터, 사회·국제·주말뉴스부장, 도쿄특파원 뉴스총괄에디터, 사회·국제·주말뉴스부장,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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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1105> MLB 한 시즌 일본인 최다 홈런 타이기록 세운 오타니 (애너하임 로이터/USA 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 3회에서 에인절스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홈런을 치고 있다. 그는 이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시즌 31호 홈런을 기록, 지난 2004년 마쓰이 히데키가 기록한 일본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knhknh@yna.co.kr/2021-07-05 08:20:1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일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전설의 칼잡이이지만 말년에 쓴 책 두 권으로 일본 무사도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경지에 이르면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겨 불가사의한 힘을 쏟아낸다고 한다. 미야모토가 이런 정진을 통해 완성하려 한 것이 양손에 칼을 잡고 싸우는 이천일류(二天一流) 검법이었다.

▶독행도(獨行道)는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세상의 도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편안함을 꾀하지 않는다, 나를 가볍게 여기고 세상을 중히 여긴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수신서로선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책 때문에 일본의 검도는 싸움의 기술을 넘어 무사도로 진화했다.

일러스트=김도원

 

▶일본에선 일명 ‘슈교(修業)’를 중시한다. 기술이나 학업을 익히고 닦는 정진을 말한다. 요리, 청소, 막노동까지 이 단계를 거치도록 요구받는다. “스시를 만들기까지 3년 동안 설거지만 했다”는 일본 장인의 흔한 이야기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일본도 가치관이 변하면서 혹독한 수업 과정을 점차 생략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던 ‘세계 일등’ 가게들도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전통이 살아있는 분야가 일본 야구다. 고교야구대회 ‘고시엔(甲子園)’ 목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고시엔은 예의와 절도를 강조한다. 승리해도 오래 기뻐하면 안 되고, 인사할 때 패자가 고개를 들 때까지 승자는 허리를 굽혀야 한다. 선수는 삭발해야 하며 원색 유니폼은 금기이고 등번호도 새기지 못한다. 주최자가 준 번호표를 박음질한다. 고시엔 주전이 됐다는 영광의 상징이다. 근면과 규율을 강조하고 태만과 방종을 경계하는 일본 학생야구헌장은 미야모토의 독행도에 뒤지지 않는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야구에 스캔들이 적고 세계 무대에서 성공 사례가 많은 것도 어린 시절 고시엔을 위해 쌓은 정진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일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미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투수이자 타자로 참여한다. 미국 야구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며 전인미답의 투타 겸업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한 손엔 공, 한 손엔 방망이를 든 미야모토식 이천일류라고 할까. 곡절도 많았지만 4년 정진 끝에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로서 홈런 1위를 달린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적이다. 그도 초등학교 3학년 때 고시엔을 목표로 야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000안타 기록을 세운 스즈키 이치로도 천재가 아니라 하루하루 정진하는 스타일이었다. 눈여겨볼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