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한자

[유광종의 시사한자] 遺(남길 유) 棄(버릴 기)

bindol 2021. 7. 21. 18:54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내다 버리는 일이 유기(遺棄)다. 법률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직무를 태만히 하는 정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경우다. 두 글자는 모두 그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앞의 遺(유)는 남에게 주는 행위, 뒤의 글자 棄(기)는 ‘버리다’의 새김이 강하다.
처음 글자꼴을 보면 그 점이 뚜렷하다. 앞의 遺(유)는 ‘움직이다’ ‘가다’라는 의미의 (착)에 두 손으로 뭔가를 쥔 손의 움직임, 귀중품을 의미하는 貝(패)로 짜여 있다. 따라서 귀중한 물건이나 금전에 해당하는 물품을 쥐고 어디론가 걸음걸이를 하는 동작, 더 나아가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행위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뒤의 棄(기)는 조그만 상자, 그 안에 담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생명력이 강하지 못한 어린아이를 버리기도 했던 옛 사회의 습속이 엿보이는 글자다. 그런 ‘유기’와 같은 맥락의 단어는 방기(放棄), 포기(抛棄), 파기(破棄), 침까지 뱉는 타기(唾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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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는 특히 법률 조항으로 다루는 일이 많다. 우선의 뜻은 자신의 친족 중에서 스스로 살아갈 여력이 없는 대상을 돌보지 않고 버리는 행위다. 제법 무겁게 그 죄를 다루는 항목이다. 특히 자신의 나이든 부모나 어린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몸을 상하게 하거나 죽게 만드는 일이다.
유기와 같은 맥락의 단어지만 뜻이 사뭇 다른 말 하나를 덧붙인다. 양기(揚棄)라는 낱말이다. 좋은 요소를 발양(發揚)하고 나쁜 것은 폐기(廢棄)하라는 말이다. 철학 용어라서 낯설지 모르지만 꽤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단어다.

 

문제를 풀거나 현안을 해결하려 할 때 우리가 한 번 음미해 볼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어느 곳, 누구에게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따르듯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 흐름을 잘 살펴 긍정적인 요소는 키우고, 부정적인 요소는 줄여야 좋다.
우리는 그 점에 참 서투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직서(直敍)법에만 밝다. 그러다 보니 현안 등을 긴 안목에서 다루지 못할 때가 많다. 요즘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사회의 갈등과 내분도 따지고 보면 그런 침착함을 잃었기 때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