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가다가(行) 멈추는(止) 일이다. 진퇴(進退)와 같이 나아감과 물러섬을 가리킨다. 인생의 중요한 길목에서 나아가거나 물러서는 때를 정확하게 잡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사업의 영역, 사람과의 교제, 일상의 많은 순간에서 이런 때를 잘못 판단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품행을 일컬을 때 흔히 행동거지(行動擧止)라는 말을 쓴다. 비슷한 맥락으로 행좌거지(行坐擧止)라는 성어도 있다. 걷고(行) 앉음(坐), 움직이고(擧) 멈춤(止)의 엮음이다. 이로써 사람이 일상에서 행하는 예절의 일반을 가리켰다.
여기에서 나오는 거지(擧止)가 행지(行止)다. 이를테면 나아가고 멈추는 일, 즉 진퇴(進退)와 다를 바 없다. 행위에는 적절함이 따라야 문제가 적다.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일은 분란을 불러 국면(局面)이 옳게 나아가는 방향을 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의 행지, 진퇴는 그래서 아주 중요하다. 무조건 제 세력을 믿고 나아가다 결정적인 패착을 두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싸움의 주체로서는 나아가고 멈춤의 때를 잘 가려야 살 수 있다.그러나 나아감보다는 물러섬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욕심을 꺾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知止(지지)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다. 유가의 경전 《대학(大學)》에서는 ‘멈춤을 알아야 제자리를 잡고, 자리를 잡아야 고요해진다(知止而後定, 定而後靜)’는 구절이 나온다. 나아감에 비춰 더 어려운 물러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래서 知止(지지)는 知足(지족)과 맥락이 비슷하다. 족함을 알아 과도한 행위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일이다. 말이 쉬울 뿐, 정말 어렵다. 그래서 두 단어는 경구에 자주 등장한다.
성추행으로 망신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 나아가되 멈춰 발길을 되돌리는 일에 경각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수양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 운영에서도 나아가고 물러서는 일을 잘 따져야 한다. 그를 헤아리지 못할 경우 닥치는 것은 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유곡(進退維谷)의 암담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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