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족(失足)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다. 흔히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진다는 뜻으로 이 단어를 푼다. 그러나 이 말의 원래 의미는 단순히 ‘넘어지다’가 아니다. 우리가 보이는 행동거지와 관련이 있다. 처음 등장하는 곳은 《예기(禮記)》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군자는 사람 앞에서 실족하지 않는다(君子不失足於人).’ 사람 앞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아니다. 사실은 예절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 뒤를 잇는 단어들이 실색(失色)과 실구(失口)다. 다 사람 앞에서 드러내는 실수를 가리킨다. 앞의 ‘실색’은 용모가 단정치 못한 경우이고, 뒤의 ‘실구’는 끊임없이 주절거리다 남에게 비난을 사는 행위다.
그러니 사람들 앞에서 지나치게 처신하는 경우가 바로 ‘실족’이다. 과도하게 자신을 꾸미거나, 그 반대로 옷매무새 등을 다듬지 못해 “칠칠치 못하다”는 말을 들으면 ‘실색’이다. 마땅히 그쳐야 할 때를 모르거나, 아예 그를 무시하면서 제 말만 줄줄이 늘어놓으면 ‘실구’다. 따라서 이 세 가지 행위를 거듭하면 그야말로 주책없는 사람이다.
비슷한 흐름에서 우리가 떠올려도 좋은 말이 실격(失格)이다. 사전적인 뜻으로는 ‘격식(格式)에 맞지 않다’일지 모르지만 앞의 단어 흐름으로 보자면 제 품격(品格)을 마땅히 갖추지 못해 남들 앞에서 추태(醜態)를 드러내는 행위다. 도덕적이거나 규범적이어서 ‘표준’으로 내세울 틀에 맞지 않아 망신을 부르는 일이다. 제가 지켜야 할 절조(節操) 등에서 벗어나 역시 구설에 오르는 일은 실절(失節), 비슷한 행동으로 스스로 면목을 구기면 실태(失態), 예절의 범위를 넘어서면 실례(失禮), 믿음까지 잃으면 실신(失信), 머리까지 이상하게 변하면 실신(失神)이다.
요즘 법원 판사들의 행동이 기괴하다. 저속한 진영 논리로 무장해 같은 법관 동료에게 야유를 보내는 정도가 실족, 실색, 실구를 넘어 실격의 정도에까지 이르렀음이 분명하다. 거의 정신마저 놓아버리는 실신의 상태에까지 이를지 모르니 보는 우리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실소(失笑)의 지경에 빠져들고 만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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