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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알몸 절임 배추’ 뺨친 ‘발 닦은 수세미 무’

bindol 2021. 7. 30. 03:41

[만물상] ‘알몸 절임 배추’ 뺨친 ‘발 닦은 수세미 무’

김태훈 논설위원

 

김태훈 논설위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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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 화장실에서 요리사가 용변 후 손도 안 씻고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저 손으로 만든 요리를 먹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유명 곰탕집 단골 한 분이 우연히 주방을 보게 됐다고 한다. 큰 대야에 담긴 구정물에 먹고 나온 그릇을 한 번 담갔다 꺼내는 게 설거지의 전부였다. 종업원은 그 그릇들에 곰탕을 담아 손님 테이블로 내갔다.

일러스트=김도원

 

▶인터넷에 ‘식당 불결’이라고 치면 더러운 음식점에 대한 고발이 넘친다. 이쑤시개가 들어 있는 김치는 남이 먹던 것을 다시 내놨다는 뜻이다. 그릇을 닦고 나서 테이블과 의자까지 닦는 건 행주냐 걸레냐는 하소연도 있다. 사람이 말할 때마다 침방울 360개가 쏟아져나오고 재채기 한 번 하면 4만개 침방울이 8m 밖까지 튄다고 한다. 그래도 종업원들이 입가리개를 하는 식당은 희소하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무를 담아 씻는 대야에 자기 발을 담그고 무 씻던 수세미로 발까지 닦은 어느 식당 종업원 영상이 엊그제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함께 있던 여성은 그걸 보고도 아무 제지도 하지 않았다. 늘 그랬다는 뜻이다. 그 식당에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지난 3월 중국 알몸 절임 배추 영상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식당만 가면 “여기 중국 김치 쓰느냐”며 찜찜해했다. 이젠 “발 닦은 수세미로 씻은 무 쓰느냐”고도 물어야 하는 지경이 됐다.

 

▶불결한 식당 위생은 미국에서도 문제가 됐다. 어느 햄버거 가게 종업원은 코딱지를 식재료에 던졌다가 몰카에 찍혔다. 뉴욕에서 식당 100곳 위생 상태를 점검했더니 87곳에서 바퀴벌레와 쥐가 나온 적도 있다. 미국 시민사회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었다. 뉴욕주 상원의원이 팔 걷고 나서서 더러운 식당들 이름을 공개했다. 우리도 이래야 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맛집 안내서로 꼽히는 미쉐린 가이드는 맛만 좋다고 실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청결까지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맛집 목록인 미쉐린 빕 구르망 리스트에 오른 서울의 한 해장국집에 가봤더니 테이블에 기름때 하나 없고 그릇과 수저도 깨끗했다. 주방을 개방해 내부가 훤히 보여 마음이 놓였다. 맛만 좋으면 더러운 것을 눈감아주던 시절은 끝나야 한다. 국물 담긴 그릇에 엄지 손가락을 넣어 들고 오는 꼴만은 그만 봤으면 한다. 그것 고치는 게 어려운 일인가. ‘맛은 최고가 아니지만 위생은 자신 있다’는 식당 있다면 당장 단골로 정하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