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무욕지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119>

bindol 2021. 7. 30. 04:47

 

옛날 어르신 말씀 들을 때면, 듣기 싫어 으레 귀를 막았지. / 
어쩌다 보니 내 나이 벌써 오십, 문득 나 자신이 이런 일 겪고 있네. / 
내 젊은 날의 즐거움 돌아보지만, 추호도 되돌릴 마음은 들지 않네. / 
시간은 흘러 흘러 멀어져가니, 이 생애에 다시는 또 못 만나리. / 
가산을 털어서라도 때맞춰 즐기세, 말 달리듯 내달리는 세월이 다할 때까지. / 
자식에게 재산은 물려주지 말지니, 뭣 때문에 죽은 후까지 남겨둘 텐가.

昔聞長者言, 掩耳每不喜. 
奈何五十年, 忽已親此事. 
求我盛年歡, 一毫無復意. 
去去轉欲遠, 此生豈再値. 
傾家時作樂, 竟此歲月사. 
有子不留金, 何用身後置.

―‘잡시(雜詩)’ 제6수·도잠(陶潛·365∼427)



어른 말씀은 귓등으로 흘려보냈던 젊은 날을 추억하는 시인.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을 개탄하면서도 과거를 재현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때맞춰 인생을 즐기는 게 현명한 노릇이니 
가산을 털어서라도 맘껏 즐기겠노라 거침없이 말한다. 
쾌락에 탐닉하는 향락주의자의 목소리인 듯도 하고, 
염세주의자의 허무의식 같기도 한 시인의 이 엉뚱한 발상은 어디서 기인했을까. 
그가 살았던 위진남북조 시대는 정치적 혼란과 함께 사상 자유의 바람도 휘몰아쳤다. 
인의예지를 절대시한 유교에 대한 반발이 드세고 자유 의지와 개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이 와중에 시인은 도가의 무욕지심에 매료된 듯하다.

가산을 털어서까지 인생을 즐긴 이는 한나라 소광(疏廣). 
그는 선제(宣帝)로부터 하사받은 거금을 주연을 베푸는 데 쏟아부었다. 
자주 재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정도로 탕진 의지가 확고했다. 

‘자식이 지혜롭되 재산이 많으면 의지가 손상되고 

어리석으면서 재산이 많으면 허물이 많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 역시 노장사상에 심취한 인물이라 도잠(도연명)에겐 죽이 맞는 선배로 비쳤을 것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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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聞長者言 (석문장자언)
지난날 어른들 말씀 들으면
掩耳每不喜 (엄이매불희)
귀를 가리고 매번 싫어 하였다
奈何五十年 (내하오십년)
어찌하랴 50년 지나고서야
忽已親此事 (홀이친차사)
어느덧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
求我盛年歡 (구아성년환)
지난 날의 즐거움 다시 느끼려 해도
一毫無復意 (일호무복의)
이제는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네
去去轉欲遠 (거거전욕원)
세월 가는 시간 따라 같이 늙으니
此生豈再値 (차생기재치)
지난 인생은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가 없다
傾家時作樂 (경가시작락)
적은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해야지
竟此歲月駛 (경차세월사)
한번 흘러가고서는 돌아오지 않는 세월
有子不留金 (유자불류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
何用身後置 (하용신후치)
어찌 죽은 뒤에 두고 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