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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포인트 사기’, 코인대란의 전조?

bindol 2021. 8. 19. 19:16

[만물상] ‘포인트 사기’, 코인대란의 전조?

김홍수 논설위원

 

김홍수 논설위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8.14 03:18

 

1981년 미국에서 역사에 남을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이 등장했다. 아메리칸항공이 마일리지(mileage) 제도를 처음 선보인 것이다. 항공기 이용 실적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공짜 항공권이나 좌석 승급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서비스는 곧 세계 항공사 표준이 됐다. 이후 호텔, 백화점, 카드사 등이 가세하면서 포인트 보상 제도(rewards points)로 진화해갔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연합뉴스

 

▶마일리지는 단골을 확보하는 최고의 수단이지만 회계에선 부채로 잡힌다. 국내 양대 항공사의 마일리지 부채를 돈으로 환산하면 3조원에 이른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줄이고, 좌석 승급 요건을 올리며 부담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지만 그때마다 고객의 저항이 격렬하다. 몇 년 전 한 은행이 카드 사용액 1500원당 2마일씩 항공마일리지를 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1.8마일로 슬쩍 줄여 집단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는 특정 재화, 서비스를 구매할 때 현금처럼 쓰인다. 기업이 발행하는 상품권, 쿠폰, 지자체나 사회 단체가 발행하는 지역 화폐도 교환 수단으로서 화폐 기능을 한다. 2009년 세상에 등장한 첫 암호 화폐, 비트코인은 화폐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화폐의 탈정부, 탈중앙화를 부르짓는 비트코인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대안코인(altcoin)을 파생시켰다. 현재 전 세계에서 1만종 이상의 암호 화폐가 유통 중이다. 시가총액 총합이 1조6000억달러에 이른다.

 

일러스트=김도원

 

▶우리나라에서도 숱한 김치코인이 탄생하며 코인 광풍이 거세다. 코인 거래소가 난립하면서 각종 포인트를 현금화하거나 암호 화폐로 바꿔주는 코인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이런 와중에 별안간 ‘포인트 사기’ 소동이 발생했다. 한 신생 기업이 20% 할인된 가격에 포인트를 팔고, 음식점, 편의점, 대형 마트 등 전국 2만개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사용하게 한다며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해놓고, 어느 날 갑자기 포인트 사용처를 대폭 축소했다. 소비자들은 본사로 몰려가 환불을 요구하고, 청와대 청원까지 넣었다.

▶이번 포인트 사기 논란은 법정통화가 아닌 대체 화폐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암호 화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미 달러와 일대일 교환을 약속하고 발행한 1등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조차도 재무 구조가 너무 부실해 경미한 손실에도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으로 대체 화폐발(發) 금융 위기가 우려되는 상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