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탈레반 샤리아 法
김태훈 논설위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8.19 03:18
신정(神政) 일치 사회에서 종교적 계율은 실정법이나 마찬가지다. 중세 교황들은 지금 같은 복음의 전령사가 아니라 입법부이고 행정부이자 사법기관이었다. 신성모독부터 절도죄까지 처벌하고 고문하고 목까지 매달았다. 유럽의 종교는 이후 세속에 권력을 내주면서 윤리 영역으로 축소됐지만, 이슬람 세계에선 여전히 종교가 신앙은 물론이고 사랑과 결혼, 상업적 거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삶을 규율한다. 그 중심에 이슬람 규범 샤리아가 있다.

일러스트=김도원
▶샤리아는 ‘마실 수 있는 물’ ‘올바른 길’이란 의미다. 유일신 알라는 인간 생명의 샘이니 올바른 삶을 살고 싶다면 그의 가르침이 담긴 샤리아를 따르라는 것이다. 샤리아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선지자 무함마드의 행적과 가르침을 담은 하디스, 교단 내부의 합의로 추가된 여러 규율인 이즈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후대로 갈수록 계율과 규정이 더해지며 무슬림조차 내용을 알 수 없을 만큼 방대해지고 말았다. 알코올이 포함된 향수 금지도 논란이고 율법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샤리아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친 엄벌주의다. 신을 부정한 이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도둑질하면 손발이 잘리고 간통하면 돌에 맞아 죽는다. 인도네시아에선 미혼 남녀가 친하게만 지내도 공개 매질을 당한다. 이란에선 남의 눈을 멀게 하면 내 눈을 도려내는 함무라비 복수법이 지금도 샤리아의 이름 아래 행해진다. 징벌에 동원된 의사가 멀쩡한 남의 눈을 도려내며 심적 고통을 겪는다니 이게 천국인가 지옥인가.
▶샤리아는 특히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자유를 극도로 제약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그중에서도 가혹하다. 탈레반이 처음 집권했던 1990년대 아프간 여성들은 부르카를 강요당했다. 히잡과 니캅은 머리와 어깨 위만 가리지만 차도르는 온몸을 다 가린다. 그런 차도르도 눈은 틔워놓는데 부르카는 그마저 망사로 막는다. 산부인과 여의사가 아이를 받을 때도 부르카를 뒤집어쓰게 했다. 매니큐어 칠하면 손가락을 잘랐고 취업과 교육도 금지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보호하는 ‘선의의 발로’라고 한다.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이 엊그제 “옛날의 통치와 달라지겠다”며 “여성도 탈레반 정부에 합류하라”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사이 거리에선 부르카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죽었다. 부르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값이 치솟았다. 휴대폰으로 전 세계가 소통하는 시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렵다. 종교든 이념이든 근본주의의 해악이 얼마나 큰 지 아프간의 비극이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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