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11] 탈레반과 남중국해
입력 2021.08.23 00:00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톈진에서 자국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왼쪽)와 만난 뒤 기념 촬영했다. 왕이 부장은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톈진=AFP·신화·연합뉴스
역사를 놓고 보면 중국은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가 위험하였다. 북쪽 몽골의 공격과 남쪽의 바다에서 해적의 약탈을 당했던 명나라가 바로 그러하였다. 북로남왜(北虜南倭)의 위기이다. 1449년 명나라 정통제가 몽고의 일족인 오이라트의 장수 에센과 토목(土木·河北省 소재)에서 싸우다가 포로로 잡힌 사건이다. 이를 ‘토목의 변(變)’이라고 부른다. 남쪽의 절강, 복건성에는 왜구들이 수시로 몰아닥쳐서 주민들을 학살하고 물건을 뺏고 사람들을 납치해 갔다.
이번에 탈레반의 카불 점령을 보면서 떠오르는 ‘역사적 영감(historical inspiration)’은 그 사람의 식견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필자와 같은 경우에는 ‘중국이 바다와 육지 양쪽에서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현재 미국의 10만톤급 항공모함 선단과 중국 해군이 대치 중이다. 사소한 우발적인 사고라도 터지면 곧바로 전쟁으로 돌입한다. 일본은 물론이고 영국 항공모함과 프랑스 군함도 중국 압박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중국으로서는 불길하게 느껴진다. ‘이거 혹시 아편전쟁 재판 아닌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과거 명·청 시대에 중국을 괴롭혔던 오이라트와 서북쪽의 준가르 세력을 연상케 한다. 이 세력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던가. 신장 위구르 지역은 오이라트와 준가르의 후예들이다. 신장 위구르는 그 역사적 뿌리가 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매개로 하여 탈레반과 신장 위구르는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있고, 만약 이들이 ‘이슬람 탄압’을 명분으로 연대하여 중국에 저항하면 골치 아픈 상황이 온다. 국제정치 전략가들은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는 숨은 이유도 탈레반을 이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에 있지 않나 싶다.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증국번의 양대 제자가 이홍장과 좌종당(左宗棠)인데, 좌종당은 서북쪽의 이슬람교도들과 위구르 반란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래서 좌종당은 서북 변경 지대 방어를 중시해야 한다는 새방파(塞防派)에 속한다. 이홍장은 바다를 막는 게 중요하다는 해방파(海防派)이다. 아편전쟁 이후로는 해방파가 득세를 하였다. 그러나 탈레반의 집권으로 새방파도 분주하게 움직일 시기가 왔다. 중국의 주 전선은 남중국해이다. 그러므로 북로(北虜)인 탈레반을 어떻게 해서든지 구슬리는 게 과제가 될 것이다. 우선 당장은 경제 지원, 돈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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