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어제는 小寒(소한), 진정한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節氣(절기)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 겨울은 일년 중 가장 힘든 계절이었다. 하지만 寒은 商(상)대의 甲骨文(갑골문)에 나타나지 않는다. 周(주)대의 金文(금문)에서 寒자는 그림처럼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즉 집(면) 안에 사람(人)이 있고 사람의 발아래에 얼음(빙)을 그려 놓았다. 좌우 양쪽에 놓인 풀(‘)은 짚단이거나 깔개로 보인다. 추위를 막고자 집을 짚단으로 둘러쳐 놓은 모습이다. 얼마나 추운지 그렇게 했어도 얼음이 얼었나 보다. 이후 형체 변화가 심해졌지만 지금의 寒자에도 집(면)과 얼음(빙)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가엾고 딱하다는 뜻으로 변해버린 寒心(한심)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추위와 한기가 심장에까지 스며들어 지극히 공포스럽고 전율을 일으키는 마음의 상태를 일컬었다. 중국어에서는 아직도 공포와 전율을 뜻하지만, 우리말에서는 그 뜻이 다소 변했다. 차디찬 朔風(삭풍)을 막아줄 울이 없거나 있다 해도 허술하기 그지없어 그림에서처럼 방구석까지 꽁꽁 얼어붙은, 불쌍하고 딱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 된 것이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무능력하다는 의미가 더해졌지만.
寒과 자주 어울려 쓰이는 글자가 冷이다. 冷은 빙(얼음 빙)이 의미부이고 令(우두머리 령)이 소리부이다. 빙은 원래 얼음덩이를 그린 상형자였으나 이후 水(물 수)가 더해져 빙이 되었고, 다시 줄어 氷(빙)이 되었다. 水가 더해진 것은 얼음이 물에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氷,水爲之而寒於水(얼음은 물에서 만들어지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는 荀子(순자)의 명언은 바로 ‘靑出於藍,靑於藍(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과 어우러지는 말이다. 이 어찌 물과 얼음의 미학을 형상적으로 그려낸 글자가 아니겠는가?
‘차디찬 얼음물을 들이 마시듯’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당호를 飮氷室(음빙실)이라 했던 근대 중국 梁啓超(양계초)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독려하고 경계하던 대학자의 몸부림을 엿볼 수 있다.
小寒은 추위의 시작이다. 추위도 조심해야겠지만 매서운 겨울바람 맞듯 언제나 마음을 경계해 자신의 삶을 寒心하게 만들지 않아야겠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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