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꿈(夢)과 수면(睡眠)
충분한 睡眠(수면), 특히 꿈을 꾸지 않는 熟眠(숙면)은 건강한 삶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기억력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꿈을 꾸는 상태를 렘(rem)수면이라 하고 꿈을 꾸지 않는 상태를 徐波(서파) 수면이라고 하는데, 렘 수면상태에서는 꿈을 꾸기 때문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꿈을 뜻하는 夢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침상(장·장) 위에서 누워 자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는데, 눈과 눈썹이 생동적으로 표현되었다. 금문에 들면서 면(집 면)과 夕(저녁 석)이 더해진 !으로 변함으로써 밤(夕)에 집(면) 안의 침대(장) 위에서 잠자는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漢(한)나라 이후 !은 도태되고 지금처럼의 夢이 주로 쓰이게 되었다.
夢의 자형에서 특징적인 것은 눈을 키워 그려 놓은 것인데, 눈의 모습이 見(볼 견)에서와 같이 그려졌다. 見이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인가를 주시하는 모습을 그렸음을 고려할 때, 夢에 들어 있는 눈은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꿈속의 정황을 주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것은 렘 수면상태에서의 움직이는 눈동자와도 관련성을 지닌다.
睡는 눈을 그린 目(눈 목)이 의미부이고 垂가 소리부이다. 垂는 화사하게 핀 꽃들이 늘어진 모습을 그렸는데, 이로부터 ‘늘어지다’, ‘드리우다’ 등의 뜻이 생겼다. 睡가 눈꺼풀이 내려와 눈이 감기는 것을 의미하기에 垂는 의미부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따라서 睡는 ‘졸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잠이 든 것을 寐라고 했다. 寐는 면과 장이 의미부이고 未(아닐 미)가 소리부로 된 구조이다. 이와 유사한 뜻을 가지는 글자가 寢이다. 寢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면과 추(비 추)로 구성되었으며 이후 장이 더해졌다. 그래서 寢은 집(면) 안의 寢牀(침상)을 비(추)로 쓸어 잠자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그렸으며, 잠자리에 들었으나 아직 睡眠상태는 아닌 것을 말한다.
眠은 目이 의미부이고 民(백성 민)이 소리부인 구조로, ‘눈을 감다’가 원래 뜻이나 永眠(영면)과 같이 ‘죽다’는 뜻도 가진다. 이렇게 볼 때 寢은 자려고 잠자리에 든 것을, 眠은 눈을 감는 것을, 寐는 수면에 든 것을, 夢은 렘 수면상태를, 睡는 조는 것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漢字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 뿌리읽기]<19>자(自)와 코(鼻) (0) | 2021.09.04 |
---|---|
[한자 뿌리읽기]<18>법(法)과 예(禮) (0) | 2021.09.04 |
[한자 뿌리읽기]<16>흑(黑)과 당(黨) (0) | 2021.09.04 |
[한자 뿌리읽기]<15>유(儒)와 문인(文人) (0) | 2021.09.04 |
[한자 뿌리읽기]<14>친분(親分)과 임용(任用) (0) | 2021.09.04 |